“KBS 논리에 밀린 방송산업 활성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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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수신료 1000원 인상안을 의결한 KBS가 22일 김인규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19일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합의한 ‘월 3500원으로 인상과 동시에 광고 비중 현행 유지(약 40%)’와 관련, KBS 입장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김 사장은 올 상반기 1000억원대 흑자에도 수신료를 올린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이번 인상안은 공영방송다운 재정구조를 마련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반면 “수신료가 4000원은 돼야 광고 비중을 30%로 낮출 수 있다. 3500원은 공청회에서도 거론되지 않았다”며 이사회의 결정에 아쉬움도 표했다.

 김 사장은 이번 수신료 인상분(연 평균 2092억원)의 사용처도 설명했다. 디지털 전환과 ‘코리아뷰’(무료 지상파 디지털 플랫폼) 구축, EBS 지원폭 확대(연 5%, 368억원) 등에 쓰겠다는 계획이다. “총 예산의 38%를 차지하는 인건비 비중도 2014년까지 30% 아래로 낮추겠다”고 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구조조정 노력은 내놓지 않았다. 명시적으로 밝힌 인력감축안은 지난해 말 기준 5200명인 임직원을 2014년까지 1000명 줄이겠다는 것이 전부다. 대부분 정년 퇴직 인력으로 인한 자연감소분에 그쳐 수신료 인상의 전제였던 자구 노력에는 미흡하다는 평가다. ‘인건비 비중 30%로 축소’도 수신료 인상에 따른 총 재원 증가에 견주어보면 실질 감소 효과는 퇴색한다.

 한진만(강원대 교수·신문방송학) 전 방송학회장은 “KBS 광고 폐지는 공영성 확보뿐 아니라 전체 방송산업 활성화라는 차원에서 판단해야 하는데 KBS 내부 논리에 밀리고 말았다”며 “‘공영은 공영답게, 민영은 민영답게’를 내걸었던 미디어법 개정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한 인상안”이라고 말했다.

 상지대 김경환(언론광고학부) 교수는 “경영진이 언제 바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연도별로 어떻게 구조조정을 해간다는 것인지 로드맵이 없다”며 “수신료를 올리게 되면 KBS가 방송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데 민간을 압박하는 사업을 총정리하는 과정이 앞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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