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온 북극곰 '삼손'이의 운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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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러시아 '레닌그라드 동물원'에서 한국으로 온 11개월 된 아기 북극곰 ‘삼손'이. 요즘 삼손이는 서울대공원에서 귀빈대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삼손이가 한국에 오게된 사연을 보면 좀 특이하다.

서울대공원은 지난 해 하반기 국내 매매업체를 통해 러시아에 북극곰 암 수 한 쌍을 주문했다. 서울대공원에 있던 북극곰 '민국'이가 2년전 노령으로 죽었기 때문이다. 서울대공원은 앞으로의 번식까지를 고려해 암 수 한 쌍을 주문 한 것.

그러나 러시아는 암놈이 없기 대문에 숫컷만 보낸다는 통보를 매매업체를 통해 알려왔다. 이에 서울대공원은 도입 계획을 취소했다. 문제는 대공원이 취소하기 전에 국내 중간매매업체가 '삼손'이의 몸값을 치른 상태였다. 결국 러시아는 '삼손'이를 한국행 비행기에 태워보냈다.

국내 중간매매업체는 "최종 행선지가 결정될 때까지 잠시만 맡아달라"고 서울대공원 측에 부탁했다. 대공원측은 매매업체가 다른 구매처를 찾을 때까지 돌보기로 했다. 현재 매매업체는 중국의 한 동물원과 얘기 중이다. 얘기가 잘 진행되면 내년 2월 경에는 삼손이는 중국으로 보내질 예정이다.

북극곰은 세계적인 희귀종이다. 삼손이는 몸값만 2억 3천 만 원에 달하는 귀하신 몸이다. 서울대공원 최재덕 담당 사육사는 “행여 병이 나는 등의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CCTV로 24시간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며, “‘삼손’이는 ‘민국’이보다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삼손’이의 식탁에는 ‘닭고기’와 각종 야채, 생선류는 물론 선배인 ‘민국’이도 못 먹었던 ‘쇠고기’도 오른다. 한 달 사료비만 약 백만 원에 달한다.

‘삼손’이의 숙박시설도 VVIP급으로 마련됐다. 독방에 개인수영장까지 달린 415㎡의 안락하고 넓은 공간이다. ‘삼손’이가 한국에 들어오기 전 서울대공원 관계자 20여 명이 3-4일에 걸쳐 깨끗하게 도색까지 해 놓았다. 호랑이는 1280㎡의 공간에서 22마리가 비좁게 생활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삼손이에 대한 대접수준을 알 수 있다.

최 사육사는 “160kg의 ‘삼손’이는 아직 엄마곰을 찾는 아기곰이다. 2-3살 된 북극곰은 보통 몸무게가 600kg에 달한다”라며, “내년에 중국으로 아기곰을 보낼 생각을 하니 벌써 섭섭해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주말 2000여 명이 보러 오는 ‘삼손’이가 밥값은 톡톡히 하고 있다”고 웃었다.

디지털뉴스룸=김정록 기자 ilr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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