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리포트] 택지지구 땅값 너무 올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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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최근 한 지인이 경기도 파주권에 공장 지을 땅을 사기 위해 둘러보다 창피를 당했다고 하소연했다. 이것 저것 따져보니 땅값이 평당 50만원 정도면 채산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부동산중개업소에 의뢰했더니만 길도 제대로 안 난 땅도 평당 100만원이 넘는다고 비웃더라는 것이다. 조건이 맞는 땅은 평당 200만원이 넘는다고 하니 어떻게 공장을 짓겠느냐며 걱정했다. 그는 결국 한국에서 공장 짓기를 포기하고 베트남 쪽을 물색 중이다.

몇 년 사이 땅값이 많이 올랐다. 주요 지역의 경우 서울 강남권 아파트값보다 상승 폭이 훨씬 크다. 정부가 내놓은 개발계획이나 투자자 동향을 보면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많다는 분위기다.

땅값이 뛰면 공장 짓기가 어려워지고, 이는 일자리 감소로 이어져 결국 국내 수요기반이 취약해지는 결과를 빚게 된다. 물론 땅값이 오르면 기존의 공장들은 자산가치가 높아지고 땅부자의 소비를 늘리는 긍정적인 효과도 없지 않다.

그렇더라도 급격한 땅값 상승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은 것이 사실이다. 늦은 감은 있지만 정부가 땅값을 잡기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농지뿐만 아니라 임야도 해당지역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사람만 살 수 있게 한 것은 이런 맥락을 이해한 조치가 아닌가 생각된다.

하지만 정부가 아무리 땅값 안정을 위해 애를 써도 택지개발 기관들이 땅값을 자꾸 올리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택지개발지구 내 땅을 비싸게 팔면 지구 바깥 땅값도 덩달아 오르게 마련이다.

토지공사가 경기도 용인 흥덕택지지구의 아파트 용지 분양가를 너무 높게 책정해 말이 많다. 주택업체를 대상으로 공고한 흥덕지구 아파트용지 분양내용을 보면 전용면적 25.7평 이하를 지을 수 있는 택지의 분양가가 무려 평당 720만원선이다. '부동산 로또'로 불리는 판교가 500만원 선인 점을 고려하면 너무 비싼 것이 확실하다. 흥덕지구의 허용 용적률이 판교(160%)보다 좀 높은 190%여서 비싸게 받을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지리적으로 볼 때 과연 타당한 금액인지 의문이 간다. 더욱이 땅값의 70%를 계약 3개월 내 완납해야 하고 토지 사용은 일러야 2007년 6월에 가능하다는 조건을 제시해 주택업체들의 원성이 적지 않다.

물론 보상금액 등을 따져 분양가를 책정했겠지만 그렇다고 값을 마냥 올리면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택지지구의 아파트 용지 분양가가 오르면 주변의 토지시장 뿐만 아니라 아파트값도 치솟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택지지구의 땅값 오름세는 비단 흥덕지구만의 얘기가 아니다. 수도권에서 조만간 분양할 택지지구는 다 해당 사안이다.

이런 마당에 일반 투자자들만 묶는다고 부동산값이 잡힐 리가 없다. 정부는 부동산값이 왜 오르고 있는가를 잘 챙겨본 후 정책을 입안해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최영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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