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 기자의 e스토리] 철옹성 일본시장 넘는 한국 스마트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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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지난 8일 일본 도쿄(東京) 신주쿠(新宿)구 중심가의 한 이동통신 대리점. 일본 2위 이통통신사 KDDI 매장에선 다음 달 선보일 팬택 스마트폰 ‘시리우스 알파’(사진)에 대해 방문객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문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하라 도시마사(井原 敏雅) 영업부장은 “주요 기능을 손쉽게 쓸 수 있게 메뉴를 크게 확대한 3세대 간단폰 ‘W62PT’ 모델이 올 1월 100만 대 판매를 넘어섰다”고 전했다. “KDDI가 첫 외국산 스마트폰으로 출시될 시리우스 알파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이야기도 했다.

 같은 날 도쿄 지요다(千代田)구의 팬택 연구개발 베이스캠프. 314㎡ 면적의 널찍한 사무실엔 서울에서 파견된 100여 명 직원들이 상용 제품 테스트를 하고 있었다. 박병엽 팬택 부회장도 한 달에 한 번 이상 이곳을 찾아 일본시장을 ‘열공(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지난달엔 1박2일로 두 차례 방문해 KDDI와 전략회의를 진행했다.

팬택재팬의 정재훈 영업부장 이야기로는 “시리우스 알파가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구글 안드로이드폰의 위상을 높이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박 부회장이 직원들을 한껏 독려하고 있다.

 국산 승용차처럼 국산 휴대전화기가 유독 맥을 못 추던 곳이 일본이다. 그런데 일본에도 최근 스마트폰 바람이 불면서 삼성전자 ‘갤럭시S’와 팬택 시리우스 알파의 인기가 고조된다. 3위 이통사 소프트뱅크모바일이 애플 ‘아이폰’을 도입해 스마트폰 시장을 독식해 왔는데, 이의 대항마로 기대를 모은다. 지난달 말 일본 최대 이통사 NTT도코모가 시판한 갤럭시S는 예약판매 5만 대, 초반 물량 4만5000대가 모두 소진됐다. KDDI가 주력 스마트폰으로 삼는 시리우스 알파는 한국에서 히트한 ‘베가’를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다. 구글의 최신 운영체제 ‘안드로이드2.2’를 탑재하고, 뒷면을 유선형으로 꾸며 그립감을 높였다.

 일본 스마트폰 시장은 2008년 7월 아이폰 출시 후 반짝 열기를 보였지만 지난해까지 지지부진했다. 소프트뱅크모바일이 아이폰 가격과 무선데이터 요금을 내리고, 지난 6월에 아이폰4를 출시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은 다시금 달아올랐다.

눈치를 보던 NTT도코모와 KDDI가 한국 업체들과 손잡고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든 연유다.

일본 이통업계의 ‘러브콜’을 받은 국내 단말기 업계의 의욕도 당연히 뜨겁다. 가깝고도 먼 나라, 철옹성 같은 일본 시장을 뚫을 절호의 기회다.

삼성전자는 노키아와 애플을 뛰어넘을 교두보로, 팬택은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 상태에서 탈피할 발판으로 일본 시장의 대박을 기원한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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