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 삼계탕’ 미국 수출 길 열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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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경북 경산시 남산면 경리에 있는 닭고기 생산업체 ㈜마니커F&G(대표 한형석)는 요즘 매일 경북도가 벌이는 모의 현장 조사를 받고 있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미국 농무부 식품안전검사국(FSIS) 요원들이 24일 현장을 점검하기 때문이다.

 ㈜마니커F&G는 3년 전부터 경북도와 손잡고 미국으로 삼계탕 수출을 추진해 왔다. 미국은 처음부터 삼계탕을 축산물로 분류해 까다로운 검역 등을 요구했다.

 수출 의사를 접한 미국 FSIS는 2008년 10월 한국으로 현지조사단을 파견했다. 현지조사단은 당시 국립수의과학검역원과 ㈜마니커F&G 등 3개 업체를 낱낱이 점검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미국은 1차 점검을 마친 뒤 작업장의 위생 실태와 닭고기 안전과 관련된 제도, 질병관리 상태 등에 대한 집중 보완을 요구했다.

 수의과학검역원은 이후 미국 측이 요구한 내용을 보완해 자료를 제출하고 후속 절차를 거쳤다. FSIS는 이어 4개월 전쯤 2차 조사를 벌였다. FSIS는 이번에 3차 현지조사 일정을 통보한 것이다.

 ㈜마니커F&G가 수출을 추진하는 상품은 상온에서 보관하는 진공 포장 삼계탕이다. 뜯어서 데우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는 삼계탕이다.

  강창우(49) 상무는 “미국 FSIS는 위생과 식품 안전성을 강조한다”며 “까다로운 기준을 모두 맞췄기 때문에 결과를 낙관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2차 조사에서 요구한 내용은 크게 두 가지였다. 공인된 수의사가 사업체를 관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권고가 그 중 하나다. 그래서 검역원은 도계장에서 출발할 때와 하차할 때 그리고 완제품을 선적하기 직전 등 세 차례 검역을 거치기로 했다. 또 생산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처리방법과 사후 운영 방향 등 서식을 구체화해 달라는 요구도 있다.

 ㈜마니커F&G는 그동안 삼계탕을 일본과 대만으로 수출해 왔다. 지난해는 삼계탕의 전체 수출량 854t 중 228t(26.7%)을 생산했다. 경북도 축산경영과 이영미(43)씨는 “미국에는 교포·유학생 등 삼계탕 인구가 200만명을 넘어 수출이 성사되면 경주 등 지역 8000여 양계 농가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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