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보다 중요한 건 예방, 도박장 총량제 도입 필요"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92호 20면

도박중독은 치료될 수 있나. 이 질문엔 여러 가지 시각이 있다. 극단적으로 도박중독은 치료되지 않으며 다만 중단될 뿐이라고 보는 견해부터 연속선상의 모델에서 도박을 하는 사람들은 심각한 도박중독 단계에서 건강하게 즐기는 사교도박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 지점에 있다고 보는 견해까지 다양하다. 의학적으로도 뇌 특정 부위의 변화가 도박중독의 발생과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따라서 도박중독은 예방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도박중독 없애려면

도박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위험하지 않은 안전한 도박 ‘제품’을 ▶안전한 환경에서 할 수 있어야 하며 ▶도박을 하는 사람들도 도박중독의 위험성을 잘 인식하고 자신에게 도박중독이 생기지 않도록 책임 있는 도박을 하는 게 중요하다.

사행산업 운영자의 경우 도박 제품이나 도박 환경이 이용객에게 안전하도록 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를 위해 자발적 퇴출 신청 제도와 자발적 이용 제한 제도의 운영, 객장 출입구와 객장 내 그리고 게임기를 통한 도박중독 예방을 위한 홍보 등이 필요하다. 또 손쉽게 현금을 마련할 수 없도록 하는 여러 가지 ‘불편한 조치’들이 우선돼야 한다. 예를 들어 업소 내에 현금인출기를 두지 않는다거나 불법 사채업자가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조치, 또 당첨금을 지급할 때 쉽게 현금화할 수 없도록 수표로 지급하는 방법 같은 게 필요하다. 현금화의 유혹을 떨치기 위해 ‘불편한 환경’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도박장 직원들에게 책임도박 조치를 교육하는 등 운영자 책무 프로그램의 운영도 필수적이다.

도박을 불법화해서 못하게 한다면 도박중독을 막을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도박은 불법화시켜 근절시킬 수 있는 게 아니다. 현재까지 연구된 바에 의하면 불법 도박에 대한 최선의 방법은 “합법화하여 규제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즉 도박의 총량을 정해 현재 숨어 있는 불법 도박을 양성화하여 이용객들에게 피해가 적은 형태로 운영하도록 유도하고 나머지는 철저히 단속해 근절시키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선 도박에 대한 총량을 정하여 더 이상 도박장이 늘어나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다. 도박에 대한 총량이란 도박 기회에 대한 총량을 말한다. 도박 기회의 총량은 도박장의 수, 도박장 내 게임기, 게임테이블의 수, 복권의 종류와 판매 등에 상한을 정하는 것은 물론 게임기의 게임 속도, 게임테이블의 전환에 대하여도 총량에 포함시켜 규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엔 직접 돈이 오가지 않는 포털사이트의 유사 도박이나 복권도 포함된다.

도박중독 치료를 위해 상담센터를 충분히 설치하고 홍보하여 이용률을 높여야 한다. 도박중독으로 인한 폐해는 가족이 가장 심각하다. 따라서 가족의 경제적·심리적·교육적·직업적 지원을 위한 서비스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전문 인력의 양성, 서비스의 질 평가, 전문 인력 배치 기준의 마련 등이 이뤄져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도박으로 인해 문제가 생긴 경우 항상 접촉할 수 있는 도박 상담전화(Helpline)가 구축되고 질 높은 상담이 24시간 이뤄져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여러 부처가 사행산업을 제각각 관리하고 있어 관련 법도 각각 제정·운용되고 있다. 따라서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사행산업의 운영과 관리를 위해선 일원화가 시급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