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현판, 안 갈라지게 할 수 있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육송은 갈라지게 마련이라는데, 그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애당초 안 갈라지게 할 수 있어요.”

 단청계의 원로 김종욱(75·사진) 단청장(경기문화재)이 광화문 현판이 금이 간 것은 “시간과 예산에 쫓겨 대강 만든 탓”이라고 지적했다. 김씨는 열세 살부터 단청 일에 입문해 불교미술의 거장 만봉 스님 등에게 배웠다.

 “현판을 수리하려면 먼저 떼어내 잘 말려야 합니다. 물에 불린 순지(닥나무 껍질로만 만든 한지)에 찹쌀풀을 섞어 짓이긴 것으로 틈을 틀어막고, 그늘에 말린 뒤 다시 같은 방식으로 빈틈 막기를 여러 차례 반복해요. 마지막으로 삼베를 씌우고 사포질을 해 단청하면 됩니다.”

 문화재청에선 아교와 톱밥을 이용해 갈라진 틈을 수리하는 방법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김씨는 “찹쌀풀이나 밀가루풀이 진짜 전통 재료이고, 아교는 그 뒤에 들어온 것이며 화학접착제는 임시 변통일 뿐”이라고 말했다. 글씨를 새긴 송판 전체를 배접(삼베 등을 씌우는 것)한 뒤 단청을 하는 방법도 있다. 그럼 나무에 금이 가더라도 밖에선 표나지 않는다. 김씨는 그러나 “배접은 보완책일 뿐 근본적 대책은 아니다”고 말했다.

 나무가 갈라지지 않게 하는 방법은 팔만대장경판을 처리한 기법과 비슷하다. 먼저 호렴(천일염)을 진하게 푼 물에 송판을 며칠 푹 담근 뒤 꺼내 응달에 말리길 세 번 반복한다. 다음엔 나무를 은근히 찐 뒤 그늘에 말린다. 다시 소금물에 담그고 말리고, 찌고 말리길 또 몇 차례 반복하는 것이다.

 “찌고 말리고 짠물에 담그는 과정에서 송진과 기름기가 빠집니다. 그럼 절대로 터지지 않습니다. 현판은 미래의 문화재가 될 광화문의 얼굴이니 정성을 들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씨는 맥이 끊겨가는 전통 기법의 오늘을 안타까워했다.

이경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