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신항로 15개월 만에 좌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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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한국과 일본·중국·러시아를 연결하는 동북아 신항로 여객선이 취항 1년3개월여 만에 좌초했다. 이로써 속초항을 북방 물류의 전초기지로 육성하려는 강원도와 속초시의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다.

 8일 속초시에 따르면 동북아훼리㈜는 지난달 28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속초와 일본 니가타~중국 훈춘~러시아 자루비노를 연결하는 동북아 신항로 외항정기여객운송사업면허 반납을 의결하고 29일 국토해양부에 이를 반납했다. 국토해양부는 1일 면허 반납을 정식 수리했다. 이에 따라 2009년 7월 28일 취항한 동북아 신항로는 당분간 폐지됐다.

 속초시물류사업소 장봉주 담당은 “여객선 취항 후 여객과 화물 부족으로 적자가 쌓이고 당장 배를 운항할 입장도 아니어서 면허를 반납했다”며 “장기간 선박을 운항하지 못할 경우 면허 취소 우려가 있어 면허를 스스로 반납했다”고 말했다. 면허가 취소되면 2년이 지나야 같은 사업자가 면허를 낼 수 있다.

 동북아 신항로는 한·중·일·러 4개국 업체와 자치단체가 300만 달러(당시 약 40억원)를 출자해 동북아훼리를 설립하고 2009년 7월 28일 첫 여객선을 띄우면서 개설됐다. 한국 측은 범한상선이 31%, 강원도와 속초시가 각각 10% 등 51%를 출자했다.

 동북아훼리는 ‘퀸 칭다오’호를 임대, 2개월 동안 6차례 운항했다. 이 같은 실적은 당초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회사 측은 일본 관광객을 속초에 유치하고, 일본과 중국 및 러시아 간에 어느 정도 화물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2007년 합작회사 출범을 위한 출자 타당성 용역보고 결과 수도권의 대 일본 화물의 80% 정도인 연간 24만TEU를 유치하고, 승객도 첫 해에 2900명을 시작으로 3년째는 2만5000명을 확보할 경우 손익계산을 맞출 수 있다고 예상됐다. 그러나 그동안 승객과 화물 운송 실적은 각각 234명과 238TEU에 그쳤다. 초기 상호 기념방문을 제외하면 거의 빈 배로 운항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2개월의 선박 임대 기간이 끝났고, 지난해 9월 14일엔 선박 교체를 이유로 잠정 운항중단에 들어갔다. 그 뒤 회사 측은 대체선박을 확보하지 못해 국토해양부에 두 차례 휴항을 신청하는 등 더 이상 여객선을 운항하지 못했다. 적자 운항으로 자본금도 많이 잠식된 것으로 알려졌다. 동북아훼리의 최대 주주인 범한상선은 선박 임대 등 정상적인 항로 운영을 위해 기존 주주들의 증자를 제시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동북아훼리 백성호 대표는 “신항로 개설 후 초기 3년은 적자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며 “선박을 임대하기로 한 일본 측이 2011년 4월 취항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채용생 속초시장은 “어느 정도의 물동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정상화가 가능한 3년 동안의 적자를 감당하기는 너무 부담이 크다”며 “조기에 항로를 다시 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광역두만강 개발 등 환동해권의 변화에 따라 사정이 달라질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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