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성추행 당한 60대에게 엉덩이 대주면 어떠냐 성희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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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경찰이 성추행 피해 조사를 받던 60대 여성에게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글이 인터넷에 올라 서울지방경찰청이 진상조사에 나섰다.

 지난 6일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 게시판 ‘아고라’에 ‘욕망의눈을감은자’라는 대화명을 쓰는 네티즌이 글을 올렸다. 제목은 ‘경찰관의 고소인에 대한 성희롱 발언’이었다. 네티즌은 자신을 피해 여성의 딸이라고 밝혔다. 그는 “어머니가 공장에서 관리자에게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하다가 공장을 그만두고 종암경찰서에 신고했는데, 강력팀 형사가 ‘그깟 엉덩이 한번 대주면 어때서 그러느냐’며 비웃었다”고 주장했다.

 이 글에서 그는 “저희 엄마가 60이 넘었지만, 성범죄에 노출되지 않는 것도 아니고 나이 든 고목 같은 몸이라도 자기 몸에 대한 권리는 자신에게 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이어 “가해자와 엄마를 같이 놓고 경찰이 엄마 앞에서 비꼬았다고 한다. 형사님 어머님이면 그런 말이 나왔을지 의문이다”라고 했다. 또 “경찰이 엄마가 쓴 조서를 그 남자가 다 들여다보게 뒀는데, 피해자의 전화번호와 주소는 물론이고 조서도 가해자에게 보여주지 않는 게 상식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이 글이 게재되자 8일 현재 누적 조회수는 10만 건, 댓글은 600개를 넘어섰다.

 파장이 커지자 정용환 서울 종암경찰서장은 7일 아고라 게시판에 직접 해명 글을 올렸다.

 ‘종암경찰서장입니다’라는 글에서 정 서장은 “고소인(글쓴이의 어머니)께서 매우 억울한 사연이 있어 경찰을 찾았음에도 도리어 고소인께서 경찰로부터 피해를 당하셨다면 이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 사건의 사실관계를 객관적으로 명백히 밝히기 위해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과에서 직접 수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한 점의 의혹도 없이 철저하게 수사해 진실을 밝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 결과에 따라 해당 경찰관에 대해 적절하게 조치함은 물론, 고소인에게도 그 결과를 직접 알려드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사실관계 조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같은 날 피해자의 딸이라고 밝힌 네티즌은 ‘서장님을 만나고 왔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직접 (서장을) 뵙고 나니 걱정이 가신다. 끝까지 명확히 확인하고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셨고, 저 역시 믿을 수 있었다”며 “(네티즌 여러분도) 건강한 태도로 차분하게 같이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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