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개발이익환수제 앞두고 마음 급해진 재건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3면

▶ 토지 소유권 확보 문제로 관리처분계획 인가가 나지 않아 철거를 시작하지 못한 송파구 잠실주공 1단지. [연합]

▶ 다음달 개발이익환수제 시행을 앞두고 사업승인을 서둘러 신청한 서초구 한 중층 재건축 아파트 단지.[중앙포토]

재건축 아파트에 대해 일정 면적의 임대아파트를 짓도록 하는 개발이익환수제 시행(다음달 19일)이 2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다급해졌다. 시행일 이전까지 사업승인(사업시행 인가)을 받거나 분양승인을 신청해야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분양승인을 받아 한숨을 돌린 단지들은 고분양가 논란이 일고 있는 10평형대의 일반분양이 제대로 될지 걱정이다.

이런 가운데 대부분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정부가 재건축과의 전쟁을 선언한 이번 주 들어 매수세가 뚝 끊기고 가격도 약보합세로 접어들었다.

◆속타는 잠실=송파구 잠실 저밀도지구의 막바지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속을 태우고 있다. 개발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다음달 18일까지 일반분양 승인을 신청해야 하는데 걸림돌이 많아 시간이 촉박하다. 우여곡절 끝에 이번 서울 4차 동시분양에 참여해 환수제를 피한 단지는 분양이 만만치 않다.

환수제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는 단지는 잠실 시영과 잠실 주공1단지다. 이들 단지는 일부 사업 부지를 확보하지 못해 분양승인 신청 직전 단계에서 발목이 잡혔다. 관련법에 따라 일반분양을 하려면 사업계획상의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모두 확보해야 한다.

잠실 시영은 단지 끝에 위치한 교회로부터 교회 땅 300여 평의 소유권을, 잠실 1단지는 아파트를 처음 지은 대한주택공사로부터 대지의 일부를 넘겨받지 못했다.

이들 땅의 소유권을 확보해야 잠실 시영은 착공계를 내고 일반분양 승인 신청을 할 수 있으며, 현재 구청에 접수된 잠실 1단지의 관리처분계획 인가도 난다. 구청은 환수제 시행 전까지 분양승인 신청 일정을 고려해 20일까지 소유권을 확보하도록 조합 측에 요청했지만 소유권 이전이 되지 않았다. 조합 관계자는 "갈 길이 바쁜데 하루하루 애가 탄다"고 말했다.

27일 입주자 모집공고를 낸 주공 2단지는 분양가를 조정해 분양승인을 받은 대신 전체 분양 물량(1115가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868가구의 12평형을 어떻게 팔까 하는 고민을 떠안았다.

24.33평형은 지난해 4월 분양한 인근 잠실 4단지보다 분양가가 낮아져 걱정이 없다. 하지만 분양가가 높아 분양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관리처분 총회 때보다 분양가를 낮춰 분양승인을 신청했던 12평형의 가격(1억9312만9000원)은 다시 원상복귀됐다. 방 하나와 거실을 갖춘 12평형을 주로 임대수익용으로 내세워 분양할 계획이었는데 분양가 조정으로 기대 임대수익률이 연 4.6%에서 4.3% 선으로 낮아졌다. 분양업체 관계자는 "분양승인 때 낮춘 가격으로도 임대수익률이 높은 편이 아니어서 걱정이었는데 더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잰걸음 서초=서초구 일대 재건축 단지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환수제 시행 전에 서둘러 사업승인을 받아 두려는 것이다. 환수제 시행 이전에 사업승인을 받으면 용적률 증가분의 10%만 임대주택을 지으면 되지만 그 이후엔 25%를 건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27일 현재 서초구에 사업승인을 신청한 단지는 반포동 미주.한신 1차 (반포 저밀도지구), 서초동 세종.삼호 2차, 잠원동 한신 5.6차.잠원 대림.반포 우성(서초.반포 고밀도지구) 등 8개 단지 3500여 가구다. 이 중 지난해 11월 재건축 기본 용적률이 230%로 확정된 이후 사업이 본궤도로 접어든 서초.반포 고밀도지구 내 단지 신청분이 전체의 71%인 2500여 가구에 이른다.

이들 고밀도지구 단지는 지난 2월 말~4월 중순 35층 이하로 서울시의 건축심의를 통과한 뒤 곧바로 사업승인을 신청했다. 사업승인을 받기 위해선 최소한 한 달 이상 걸리는 점을 감안, 이달 건축심의와 사업승인을 거의 동시에 신청한 곳도 있다. 한 조합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꺼리는 임대주택 건립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업승인을 앞당겼다"고 말했다.

주택업계는 이들 단지가 환수제 이전에 모두 사업승인을 받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 13개 고밀도지구에서 첫 사업승인 신청분이어서 승인 여부가 강남권 다른 고층 재건축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초구 관계자는 "재건축 단지들이 제출한 사업승인 신청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절차에 하자가 없는 한 사업승인을 내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주택업계 관계자는 그러나 "정부가 최근 아파트 값이 급등한 잠원동 일대 중층(10~15층) 재건축 단지에 대해 대대적인 투기 조사에 나서기로 한 마당에 서초구가 무더기로 사업승인을 내주려면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서초구 김모(45) 공인중개사는 "사업승인이 나더라도 후분양제.중소형 의무건축 비율이 적용되는 단지가 있는데다 값도 단기간에 너무 올라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원갑.안장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