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서울중앙 마라톤] 황준현 “2시간10분 벽 깰 수 있었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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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부문에서 한국 선수 중 최고 성적(6위)을 낸 황준현 선수가 골인하고 있다. [김태성 기자]

“10분대를 깨는 것까지 예상했는데 아쉽습니다.”

 엘리트 부문 국내 남자 1위를 차지한 황준현(23·코오롱)은 담담했다. 결승선을 통과한 그의 기록은 2시간10분43초. 자신의 종전 최고기록(2시간11분39초)을 1분 가까이 단축하며 전체 참가자 중 6위, 국내 선수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그런데도 황준현은 “더 잘 할 수 있었는데…”라며 못내 아쉬운 표정이었다.

 30㎞ 지점까지는 선두그룹과 함께 뛰며 내심 상위권 입상을 노렸으나 이후 페이스가 처졌다. 황준현은 “30~35㎞ 사이에서 도로 쪽으로 나온 자원봉사자와 충돌할 뻔했다. 이때부터 밸런스가 무너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황준현의 가능성을 재확인한 정하준 코오롱 감독과 육상 관계자들은 흐뭇한 미소로 그를 반겼다.

 황준현은 이번이 세 번째 풀코스 도전이었다. 그는 고등학교(인천 대인고) 때까지 3000m 장애물 경기에 주로 출전하다 한체대에 입학한 뒤 장거리로 전환했다. 그리고 자신의 마라톤 첫 대회인 2009년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 완주하며 지영준(29·코오롱)에 이어 국내 2위(전체 8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관심은 온통 은퇴를 앞둔 이봉주에게 쏠려 있었다. 황준현은 더욱 이를 악물고 훈련에 매진했다. 지난해 전국체전 대학부 5000m 우승으로 대학 생활을 마치고 올해 초 코오롱에 입단해 본격적인 마라토너의 길로 들어섰다.

 그런 그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 두 번째로 출전했지만 레이스를 중도 포기했다. 오른쪽 다리 햄스트링 손상으로 더 이상 뛸 수가 없었다. 지난 1월 일본 겨울훈련 당시 부분 파열됐던 부위가 결국 탈이 나고 만 것이다. 6개월여의 혹독한 재활을 거쳐 출전한 2010 중앙서울마라톤. 어느 대회보다 굳은 각오로 레이스에 임했다.

 “소속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모자람 없이 훈련할 수 있었다”는 황준현은 “재활을 하며 우울증이 찾아왔다. 혼자서는 이겨내지 못했을 텐데 소속팀 총무님과 감독님께서 항상 ‘힘내라’며 격려해 주셨다”며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그는 이어 “기대보다 기록이 조금 못 미쳐 아쉽다. 올해 겨울훈련을 착실히 해서 내년에는 아쉬움을 씻겠다”고 말했다.

 정하준 감독은 2012년 런던 올림픽 메달 유망주로 지영준과 더불어 황준현을 꼽는다. 정 감독은 “스피드와 지구력을 겸비한 선수다. 이번 대회에서 9분대 기록을 예상했는데 안개 등 장애 요소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스피드 훈련을 집중적으로 하면 2시간 6~7분대까지도 가능하다. 한국 신기록(이봉주·2시간7분20초) 경신과 런던 올림픽 상위권 입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준현은 한 발 더 나아가 “런던 올림픽 금메달이 최종 목표”라며 당찬 각오를 밝혔다.

글=오명철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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