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고뇌 켜켜이 쌓인 초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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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 인도 바라나시에서 만난 남자의 초상화. 삶과 죽음의 고통에서 해탈하지 못한 인간의 고뇌를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표현했다.

화가 이상원(70)씨는 사진 뺨치는 극사실주의 초상화를 그린다. 터럭 한 올, 주름 하나 놓치지 않는 그의 마술 같은 묘사력은 국내외에 널리 알려져 있다. 극장 영화간판과 미군부대의 초상화 제작 등 독학으로 갈고 닦은 기법은 동서양화의 벽을 뛰어넘는다. 2001년 중국 상하이미술관 초대전, 2005년 러시아 모스크바의 국립 트레차코프 미술관 초대전 등으로 국제적 평가를 받았다. 30일부터 6월 6일까지 서울 인사동 갤러리 상에서 여는 '영원의 초상'은 그가 러시아에서 선보였던 인물화를 중심으로 마련한 개인전이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인도의 도시 바라나시에서 만난 중늙은이를 소재로 한 초상화는 성스러움과 속됨을 화폭에 끌어안고 있다. 세파에 찌들린 얼굴에서 번져 나오는 누런 빛은 놓아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미처 버리지 못한 세속에 대한 욕망을 보여준다.

지그시 감은 눈, 이마에 올린 손으로 그 머뭇거림의 몸짓을 만든 '영원의 초상' 에 대해 트레차코프 미술관장인 발렌틴 로디오노프는 "이 초상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인생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02-730-0030.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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