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빅3 경영성과'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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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국내 대표 기업들은 세계 주요 기업들에 비해 단기부채 비율이 두 배나 높아 예상치 못한 금융환경 변화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재무구조는 상대적으로 좋으나 미래의 지속적인 성장을 뒷받침해 주는 연구개발(R&D) 투자가 부진해 장기 성장성이 세계 주요 기업들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은 16일 섬유, 화학, 철강, 전기.전자, 자동차 등 5개 주요 제조업종의 2003년 매출액 상위 3대 기업을 세계 주요 기업들과 비교 분석한 '우리나라 대표 기업과 세계 주요 기업 간 경영성과 비교'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대표 기업의 경우 총부채 가운데 만기 1년 이내인 유동부채의 비중이 2003년 말 현재 65.8%로 세계 주요 기업의 49.6%보다 높았다. 특히 외상매입금.선수금 등 비차입성 부채를 제외하면 총차입금에서 단기성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62%로 세계 주요 기업 평균 33.1%의 두 배에 달했다.

국내 대표 기업의 2003년 부채비율과 자기자본비율은 각각 151.2%와 39.8%로 세계 주요 기업의 부채비율(250.2%)과 자기자본비율(28.4%)에 비해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국내 기업의 투자활동이 부진함을 의미해 장기적인 성장성은 취약한 것으로 평가됐다. 국내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액은 50억6650만 달러로 세계 주요 기업(389억1100만 달러)의 13%에 그쳤다.

설비투자 정도를 나타내는 유형자산 증가율도 국내 기업이 2002~2003년 3.2%로 세계 주요 기업의 5.2%에 비해 2%포인트 낮았다. 특히 섬유(-6.0%).화학(-6.9%).철강(-3.8%) 등은 유형자산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나타나 기존 설비의 교체 실적도 미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매출액 대비 경상이익률은 8.6%로 세계 주요 기업의 4.5%에 비해 4.1%포인트, 영업이익은 9.1%로 세계 주요 기업 5.5%에 비해 3.6%포인트 높아 수익성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섬유업종은 세계 주요 기업보다 뒤떨어졌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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