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명문 메디치가 몰락의 비밀은 "칼부림 아닌 병치레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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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명문가 메디치 가문의 일원이자 초대 토스카나 대공으로 잘 알려진 코시모 데 메디치(1519~74.그림). 코시모 1세로도 불리는 그와 그의 가족이 잦은 병치레로 평생 고생하다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LA 타임스(LAT)가 11일 보도했다.

LAT는 "코시모의 두 아들이 가족 내의 칼부림으로 죽었다고 400년 넘게 전해온 소문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고 보도했다. 고고학자 밥 브라이어(롱아일랜드대) 교수는 "칼에 찔렸다면 척추에 한두 군데라도 손상이 간 흔적이 있어야 할 텐데 전혀 없다"고 밝혔다.

LAT는 "메디치가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권세가였지만 코시모 가족의 건강 상태는 들판에 나가 일하는 빈민들보다 나을 게 없었다"고 전했다.

이러한 내용은 지난해 산 로렌초 성당 지하 묘지에 묻힌 메디치 가문 49명의 유골을 조사한 팀이 밝혔다. 코시모는 원인 불명의 신진대사 장애 때문에 말년에는 거동이 자유롭지 못했다. 둘째 아들 돈 가르시아는 16세로 사망하기 전까지 심한 질환을 앓았다. 제일 심한 것은 코시모의 아내 엘레아노라였다. 그는 총 14년에 걸쳐 11명을 낳았다. 브라이어 교수는 "잦은 출산으로 골반 뼈가 납작해지고 골반이 손상됐다"고 설명했다. 상당한 미인이었지만 구강에 충치와 종기가 심했다.

엘레아노라와 두 아들의 직접적 사인은 말라리아인 것으로 추정됐다. 조사팀은 이탈리아 국립문서보관소에서 발견한 서한을 근거로 제시했다. 메디치가의 주치의가 코시모에게 "말라리아가 심하니 사냥갈 때 아이들을 데리고 가지 마라"고 경고한 것이다.

◆메디치가=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명가. 금융업으로 막대한 부를 쌓은 뒤 미켈란젤로.레오나르도 다빈치 등 예술가와 과학자를 후원했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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