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턱스넷 바이러스, 국가 기반시설 파괴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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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29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안암동 고려대 미래융합기술관 6층. 소형 공기펌프에 달린 고무풍선에 공기 주입이 시작됐다. 펌프 제어용 PC에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2초간 공기 주입이 이뤄졌고, 풍선은 적당히 부풀었다. 이번엔 스턱스넷이 담긴 개인용휴대저장장치(USB)를 PC에 꽂았다. USB를 꽂자마자 펌프는 원래 프로그램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공기 주입을 시작했다. 10여 초가 지나자 고무풍선이 ‘퍽’ 소리와 함께 터져버렸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된 악성코드 ‘스턱스넷(Stuxnet)’에 의한 해킹 시연 장면이다. 이 시연은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스마트 그리드 보안연구센터’ 개소식 행사의 하나로 이뤄졌다. 소형 공기펌프가 아니라 발전소나 공장 등에 스턱스넷이 침투할 경우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경종을 울리는 실험이었다. 실제로 지난 8월 스턱스넷에 감염된 이란 부셰르 원자력발전소는 현재까지 복구를 하지 못했다. 중국에서도 600만 대의 컴퓨터와 1000여 곳 산업시설이 감염됐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은 “종전의 해킹은 데이터를 빼가거나 서버를 망가뜨리는 정도였지만 이제 국가 기반시설을 파괴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이런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센터는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주도 아래 서울대·성균관대 등 4개 대학과 삼성전자·KT 등 10개 업체가 참여하는 스마트 그리드(차세대 지능형 전력망) 보안기술 연구소다. 임 원장은 “한국의 신성장동력인 스마트 그리드를 안전하게 구축하는 연구를 하겠다”고 말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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