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농구대잔치 세대 … 서장훈·김병철 엇갈린 황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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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훈, 김병철(왼쪽부터)

서장훈(36·전자랜드)과 김병철(37·오리온스)이 선수로서 ‘엇갈린 황혼’을 보내고 있다.

 서장훈과 김병철은 현재 코트를 지키고 있는 마지막 ‘농구대잔치 세대’다. 1990년대 농구대잔치 시절 최고의 스타였던 문경은(39), 이상민(38), 우지원(37)이 지난 5월 한꺼번에 은퇴하면서 이제 굵직한 스타 중에는 이들만 남은 셈이다.

 그러나 서장훈과 김병철의 현재 상황은 극과 극이다. 서장훈이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반면 김병철은 벤치를 지키며 팀 승리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서장훈의 소속팀 전자랜드는 단독 선두에 올라 있다. 서장훈과 문태종, 허버트 힐의 공격력 덕분이다. 서장훈은 최근 몇 시즌 동안 최고의 자리에 서지 못했다. 2005~2006 시즌 삼성에서는 챔프전 우승을 하고도 출장시간이 적어 팀과 불화설이 나돌았다. 지난 시즌에는 소속팀 전자랜드가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는 수모를 당했다.

 이번 시즌 서장훈은 평균 13.8점·7리바운드로 맹활약하고 있다. 득점은 지난 시즌보다 떨어졌지만 리바운드 수치가 올라갔다. 득점 욕심을 접고 조직력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결과다.

서장훈은 “과거에는 나에게 수비가 몰리면 공격이 전혀 안 됐다”면서 “그러나 이번 시즌은 다르다. 걸출한 슈터 문태종이 있고, 외국인 선수도 좋아 매치업 우위를 차지하는 포지션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팀이 아직은 최강이 아니지만 손발을 잘 맞춰가면 그렇게 될 수 있다”며 우승에 대한 자신감도 나타냈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은퇴를 생각할 때가 돼서인지 서장훈이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고 우승 욕심이 많다”면서 “시즌 전에 서장훈에게 플레잉코치를 제의했더니 거절하더라. 선수와 코치를 동시에 하면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게 이유였다”고 말했다.

 반면 김병철은 요즘 쓸쓸하다. 이번 시즌 출전시간은 ‘0’이다. 김남기 오리온스 감독은 김병철의 포지션에 신인 박재현과 2년차 김강선을 쓰고 있다. 김 감독은 젊고 빠른 선수를 앞세워 조직력이 탄탄한 팀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김병철은 올봄 구단으로부터 은퇴를 권유 받았지만 연봉을 백지위임하면서까지 더 뛰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연봉 8000만원의 플레잉코치로 1년간 재계약했다. 김병철은 “언제든 뛸 준비는 돼 있지만 지금은 후배들을 다독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면서 “내가 못 뛰는 것보다도 팀 성적이 더 마음 아프다. 우승을 못하고 은퇴하면 마음에 응어리가 질 것 같다”고 말했다. 오리온스는 1승4패로 9위다.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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