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그라운드로 돌아와 2집 낸 밴드 'W'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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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 일렉트로니카 밴드 W가 2집을 들고 돌아왔다. 왼쪽부터 한재원.김상훈.배영준.

음악을 하는 사람에게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보다 더 매력적인 건 없다. 1990년대에 사랑받았던 그룹 코나의 리더 배영준이 한재원(키보드).김상훈(보컬)과 함께 4년 전 만든 전자음악 밴드에 '웨어 더 스토리 엔즈(Where The Story Ends)'라는 긴 이름을 붙인 것도 일종의 자유 선언이었다.메이저 음반사에 소속됐더라면 그런 긴 이름은 꿈꿀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그러나 3년여 만에 2집을 내면서 'W'란 짧은 이름으로 밴드명을 바꿨다. 소속사도 인디 레이블인 문라이즈에서 러브홀릭.클래지콰이.이승열 등을 배출한 플럭서스로 옮겼다.

실험적인 전자 음악과 서정적인 멜로디가 어우러진 1집은 평론가들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끌어냈다. 그러나 대중에겐 이름조차 알리기 힘들었다. 앨범을 만든 대가로 밴드에게 돌아온 돈은 80여만 원에 불과했다. 완전한 자유의 한계랄까.

2집을 준비하는 데 꼬박 3년이 걸렸다. 다른 가수에게 곡을 주는 등의 과외 활동을 하느라 작업이 지연돼서만은 아니었다. 방향을 설정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1집 보다는 진화한 모습을 보여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오랫동안 시달렸어요. 요즘 전자 음악의 흐름에 뒤처지는 건 아닐까, 시대성에 대한 고민을 잊어버리지는 않을까 고민했죠."

시대성 및 음악적 흐름에 뒤지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한 가치였을까. 이들은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1집 앨범을 다시 살릴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 앨범은 발매 당시인 2001년의 시대성을 담고 있는 것이므로.

"세월을 견디는 힘이 없다는 게 전자 음악의 큰 약점이에요. 시간이 흘러도 가치를 잃지 않는 음악을 하는 게 2집 작업의 가장 큰 화두였죠."

진화를 도모한 끝에 나온 2집은 1집 보다는 가볍고 대중적인 느낌이다. 그러나 여전히 진지하다. 이들은 2집 작업이 더 어려웠다고 말한다.

"어렵게 들리는 음악보다 편하고 쉽게 들리는 음악을 만드는 게 사실 더 어려워요."

앨범 전체적으로 디스코 리듬이 적절히 얹혀 몸을 흔들기 좋다. 막힘 없는 길을 차로 내달릴 때도 어울린다.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마녀 여행을 떠나다' 등으로 사랑받은 코나 시절부터 이어온 서정적인 멜로디는 여전하다. 타이틀곡인 '쇼킹 핑크 로즈'는 컨트리 음악의 뼈대에 전자 음악의 옷을 입혀 복고풍이면서도 세련된 느낌이다. 일본 뮤지션 코넬리우스의 'Drop'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 '버블 샤워'는 물방울이 터지는 느낌을 전자음으로 생생히 살린 효과음과 몽환적 사운드가 돋보인다. '레몬'에는 애니메이션에 어울릴 듯한 귀여운 효과음이 등장해 재미있다.

송두율 교수를 소재로 만든 '경계인'은 W의 지향점을 담고 있다. "사랑, 개인의 일상도 소중하지만 사회에 대한 생각을 담아내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다음 앨범에서는 이런 작업을 더 많이 할 거예요."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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