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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평 공원'은 모든 부산 시민의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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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부산 도심에 100만 평 평지공원을 만들자는 운동이 5년 전 한 시민에 의해 제안이 됐다. 그 후 이 운동은 부산의 열악한 공원녹지 환경과 부실한 정책에 실망한 부산시민 사이에 공감을 얻어 확산돼 왔다.

운동에 참여한 시민들은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치며 100만 평 공원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생활 속에서 공원을 느낄 수 있는 도시, 우리의 2세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도시, 뉴욕의 센트럴파크에 필적할 만한 공원이 있는 도시, 꿈이 있는 도시를 후손에 남겨주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100만 평 공원, 도심 속의 평지숲 공원, 그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이 운동은 반대운동이 아닌 진정한 주민의 참여를 주장한 실천형 어메니티운동이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우리들이 꼭 이루어야 할 행복한 비전'이라며 뜨거운 호응을 보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론 '이루어질 수 없는 허황된 꿈'이라는 냉담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부산시 역시 이 제안에 대해 '뜻은 좋지만 그러한 땅도 없고, 예산도 없어 추진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되풀이해 왔다.

그러나 이 운동은 들불처럼 번져 갔다. 부산의 시민과 여러 시민단체는 힘을 합쳐 '사단법인 100만평문화공원 조성 범시민협의회'를 결성했다. 그후 시민들을 대상으로 꾸준한 홍보와 참여 독려를 전개했다. 여러 차례 포럼과 세미나를 통해 운동의 이론도 정립하고 대상지역 현장탐사, 국제학생공모전, 워크숍을 하며 구체적인 기금 조성방향도 검토했다.

내셔널트러스트형 운동으로 1계좌 10만원에 '공원 1평 갖기'를 추진, 기금모금에 3500여 명을 참여시키는 성과도 거두었다. 그리고 수억원에 달하는 기금을 모아 대상지의 일부인 1만3400여 평을 공원용 부지로 매입하기도 했다.

많은 부산시민이 이 운동을 통해 멀리 꿈과 희망을 보았다. 언제 이뤄질지는 몰라도 자유를 만끽할 수 있을 것 같은 100만 평 공원을 생각하면서 기쁨과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

이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할머니 한 분은 매년 용돈을 모아 기금도 내주시고 격려의 글과 그림을 보내주고 있다. 어떤 어린이는 공원조성 기금으로 가득찬 돼지저금통을 전달하기도 했다.

마침내 운동단체들은 지난해 말 부산시장을 만나 시민의 기금으로 매입한 땅 중 100만 평 공원의 100분의 1에 해당하는 토지 '1만 평(20억원 상당) 기부'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시가 100만 평 공원의 도시계획 지정과 일차적으로 3만 평 이상(기부하는 부지 포함)의 공원을 우선 조성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 민관이 함께 부산 그린 트러스트를 구성, 주민과 행정이 푸른 도시를 만들어갈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과연 부산시는 어떤 답변을 할 것인가. 시민들이 제안한 공원의 꿈, 100만 평 공원이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모두 부산시의 답변을 주목하고 있다.

김승환(동아대 도시조경학부 교수, (사)100만평문화공원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