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전세시장, 내년이 더 문제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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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 가을 이사철에 전세난이 반복되는 것은 전세시장이 철저히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주택 수요자는 매매는 시장 상황을 봐가며 조절할 수 있어도 전세나 월세는 필요할 때 무조건 마련해야 한다. 집 없이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수요가 몰리는 시기에 신규 입주량 등 공급이 적으면 전셋값은 치솟기 마련인 셈이다. 봄과 가을에는 결혼으로 인한 신혼부부나 겨울방학이 시작되기 전 좋은 학군을 찾아 움직이는 학군 수요 등이 새로 생긴다.

이사하기 좋은 날씨여서 이맘때 즈음 대부분 2년 만기인 전세 재계약이 돌아온다. 전셋값 인상 등으로 새 전세를 찾아 이동하는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다. 전세 거래가 늘어나면서 주택공급량이 적다면 전세 시세는 상승세를 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세 수요에 공급 훨씬 못 미쳐

= 올 가을도 어김없이 전세난이 찾아왔다. 그런데 올해는 과거보다 좀 더 심각하다. 국민은행이 회원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매월 조사하는 ‘전세수급’ 동향에 따르면 지난 9월 전국 중개업자들이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고 응답한 비율은 83.5%나 됐다.

이는 지난 2002년 4월(83.8%) 이후 8년 5개월 사이 가장 높은 비율이다. 수도권에서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고 응답한 비율도 80.7%로 지난 2006년 9월(85.2%) 이후 가장 높았다. 대부분 중개업소에 수요에 비해 전세 물량이 없다는 이야기다. 전세 물량이 수요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가장 큰 이유는 매매시장 침체다. 집값이 계속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로 주택 매매를 미루는 현상이 심화하면서 전세 수요가 더 늘어나는 것이다.

시세보다 20% 이상 저렴한 보금자리주택이 서울 인근에 대거 공급되는 것도 전세 수요가 늘어난 주요 이유다. 지금 당장 집을 사면 손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니 주택 거래가 뚝 끊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수도권 주택 거래량은 올 1~8월 최근 3년 연간 평균치보다 38%나 감소했다.

부동산부테크연구소 김부성 소장은 “과거 같으면 매수세로 전환했을 신혼부부 등 무주택자들이 집값이 더 하락할 것이라고 우려해 전세에 머물면서 전세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니 전셋값은 치솟을 수밖에 없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1~9월까지 전셋값은 전국 기준으로 4.4%, 수도권은 3.7% 각각 올랐다. 전국 및 수도권 모두 지난 3월 이후 19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수도권의 경우 지난 9월에만 0.7% 올라 월간 기준으로 올 들어 상승폭이 가장 컸다. 유앤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전셋값 상승이 다른 주택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소형 아파트, 오피스텔, 다세대 연립주택 등 대체 상품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난은 임차시장을 변화시키고 있다. 전셋값이 상승하면서 가격 상승분을 월세로 전환하는 ‘반전세’ 문화까지 생겼다. 임대인 입장에서 매매가격은 하락하고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어 수익률을 보존하기 위해 이 같은 문화가 생긴 것.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연구위원은 “주택시장 침체로 집주인들이 과거와 같은 높은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월세를 선호하고 있어 전세에서 월세로 임차시장 구조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며 “전세 공급물량이 줄어들어 전세난의 또다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내년에도 전세시장 불안 계속될 듯

= 전세난은 앞으로도 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역시 수급이 문제다. 오는 11월과 12월 입주물량은 물론 내년 아파트 입주물량이 예년보다 훨씬 많이 줄어든다. 11월 입주물량은 서울이 2000가구, 경기도가 3000가구 수준으로 이달보다 각각 1000여가구씩 감소한다. 또 내년에는 입주물량이 더 줄어들어 심각한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날 전망이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내년 수도권 아파트 입주물량은 올해의 절반수준인 6만7590가구로 줄어든다. 서울은 올해 3만4621가구에서 내년 2만1035가구로 1만가구 이상이 감소한다. 특히 경기도 입주량은 9만3842가구에서 2만9836가구로 급감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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