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친박 갈등 사라졌는데 친이 내부가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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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배은희 대변인으로부터 받은 꽃다발을 들고 있다. 지난 21일이 취임 100일이었다. [최승식 기자]

“100일간 죽지 않고 무사히 넘겼으니 대표로서 생명의 위험은 없어졌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24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첫 소감이다. 스스로 “친이·친박 갈등은 거의 사라졌는데 친이 내부 갈등이 많았다”고 밝힐 만큼 7·14 전당대회 이후 103일을 보내는 동안 겪은 고충이 적지 않았음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안 대표는 “대표 취임 당시 당은 6·2 지방선거의 참패로 극도로 침체해 있고, 국민은 친이·친박 계파 간 갈등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으므로 당내 화합과 안정이 최대 과제였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회동을 주선하는 등 당 화합·안정에 역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그런 것 등이 주효해 7·28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고 그는 자평했다.

 안 대표는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 내년 상반기부터 당의 대개혁, 대변신을 추진하겠다”며 ‘서민’ ‘청년’ ‘자기개혁’을 3대 키워드를 제시했다. ‘부자 정당’ ‘기성 정당’ ‘수구 정당’ 등의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안 대표가 “2030 디지털 청년지도자 1만 명을 양성하고 총선 때 이들 젊은층에 비례대표 2석을 배려하겠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북한과 소통하고, 북한을 개방시키기 위한 프로그램도 만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에 대해선 리더십과 존재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선 2위를 한 홍준표 최고위원과의 갈등을 해소하지 못한 데다 공석인 지명직 최고위원 2명도 아직 임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0·3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승리한 손학규 대표에 비해 정치적 비중이나 언론의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 것처럼 비치는 것도 문제다.

 안 대표는 간담회에서 “지명직 최고위원은 임명하지 못한 게 아니라 안 한 것이고, 내년 4월 국회의원 재·보선 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인물을 물색해 임명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손학규 대표는 여전히 당내 소수파고, (대표 취임 이후) 100일은 지나봐야 안다”고 했다. 안 대표의 한 측근은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끝난 뒤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등 정치개혁과 서민정책 등에서 안 대표가 이슈를 주도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 안팎의 정치적 비중이 그다지 크지 않은 안 대표가 여야 또는 여권 내부의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개헌, 선거구제 같은 문제를 책임지고 다룰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의원도 적지 않은 게 그가 처한 현실이다.

글=정효식·허진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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