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엘리트 위민 정치의 끝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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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호 24면

중국의 후계구도가 사실상 확정됐다. 이변이 없는 한 2012년 제18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시진핑 부주석은 후진타오에 이어 당 총서기직을 계승하며 5세대 지도자로 부상하게 된다. 12차 5개년 계획에서 표방한 경제성장 방식의 변화와 지역 균형발전, 내수 확대, 분배 개혁 등의 정책은 시진핑에 의해 마무리될 것이다.

송기홍의 세계 경영

중국은 중앙정부뿐 아니라 성, 시, 국영기업에 이르기까지 차세대 주자들이 일찍부터 선발돼 적절한 경험을 쌓으면서 능력과 도덕성을 지속적으로 시험받는 인재육성관리 체계를 가지고 있다. 포퓰리즘이나 지역주의로 흐르기 쉬운 서구식 민주주의와 달리 장기적 안목에서 무엇이 국가와 인민을 위해 중요한지를 놓고 엘리트 그룹들이 비전을 제시하면서 상호 경쟁하는 체제다.

예비 지도자들이 20~30년씩 지속적으로 리더십을 검증 받다 보니 청문회에서 시비를 가릴 필요도 없다. 시 부주석도 문화혁명 기간 중 숙청된 아버지를 따라 농촌을 돌며 성장했으며 현장에서 사상과 근면성을 인정받아 당직에 올랐다. 이러한 제도는 일견 사회주의 체제에서 생겨났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유교적 관료사회 전통에 뿌리를 둔 것이다.

소과를 통해 인재를 선발한 뒤 성균관에서 유학적 소양과 관료로서의 자질을 기르게 하고, 대과를 거쳐 관리로 임용하되 품계를 엄격하게 지켜 관직을 부여하는 것이 조선시대의 엘리트 양성 과정이었다. 준비된 관료들이 위민(爲民)의 방법과 정책을 놓고 상호 견제를 통해 조화를 이루는 것이 유교적 민본주의의 이상적인 모델이라고 할 때 중국의 정치제도나 리더십 육성 제도는 상당 부분 이를 구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서구식 민주주의의 폐단을 극복할 대안으로 중국의 시스템이 주목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중국의 내일을 이끌어 갈 두 그룹은 태자당과 공청단이다. 고위 당 간부 자제들로 구성된 태자당은 개혁·개방의 성과 속에서 정치적 입지를 다져온 성장론자들이다. 일례로 시진핑의 아버지 시중쉰은 덩샤오핑의 측근으로 개혁·개방의 발판인 경제특구 건설을 처음 제안한 사람이다. 그들은 동남부 연안의 경제적 성과를 바탕으로 후진타오의 ‘조화사회 건설론’과 ‘과학적 발전관’에 반기를 들며 중앙 정치무대에 등장했다. 반면 후진타오와 리커창으로 대표되는 공청단은 당 공식 기관인 공산주의청년단 간부 출신들로 투철한 이념을 바탕으로 분배론에 중점을 두고 있다.

천안문 사태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던 두 그룹은 그러나 중국의 자존심 회복과 인민 생활수준 향상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 때문에 당리당략이 아니라 국가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놓고 경쟁을 통해 균형점을 모색한다. 제17차 당 대회의 결론도 중국의 미래를 위한 대타협이라고 볼 수 있다. 그 밑바탕에는 지속적인 고도성장과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세계경제의 주축으로 떠올랐지만 계층 간 불균형과 사회불안 요소가 여전하다는 현실적 고민이 깔려 있다.

중국이 앞으로도 성장과 안정의 양대 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태자당과 공청단이 각자의 철학을 구현하면서 협력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이것이 13억 중국을 이끄는 중국 공산당이 양대 세력의 절충을 선택한 이유다. 중국식 엘리트 위민(爲民)정치가 어떤 결말을 낳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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