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t that gobbledygook out!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좀 집어치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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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호 29면

최근 한국에서 무슨 문학상 발표가 있었는데 당선 작품 중 시 당선작을 호기심에서 한번 읽어보았다. 난해하기 짝이 없었다. 한글로 쓰긴 썼는데 세 번이나 읽어봐도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조화유의 English Lessons from Washington <132>

이 시뿐만이 아니다. 요즘 한국에서 신춘문예니, 무슨 문학상 하는 것들에서 수상작으로 뽑힌 시들을 보면 대개 이런 식이다. 시를 쓴 본인 말고는 아무도 그 뜻을 알 수 없을 것 같은데도 심사위원들이란 사람들은 용케도 그 뜻을 아는지 그 시가 이래서 좋다느니 하고 격찬하지만, 그것 자체도 우리 보통사람들에게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같이 들릴 뿐이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로 시작하는 김소월의 ‘진달래’나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노 저어 오오/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 같이 그대 뱃전에 부서지리다”로 시작하는 김동명의 ‘내 마음’, 그리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 하리라”로 끝맺는 천상병의 ‘귀천’ 같은 시들은 가방끈의 길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이해하고 감동을 받는다. 김소월·김동명·천상병 같은 시인들이 요즘 한국 신춘문예나 신인문학상에 응모했다면 틀림없이 예심에서 탈락했을 것이다.

아무리 변하는 게 세상사라지만 어쩌다가 한국 시가 이렇게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로 변질되었는지 안타깝다. 한국에서 시를 쓰는 사람들, 그리고 이들을 발굴하는 분들은 이제 제발 아름다운 우리 전통 시로 돌아가기 바란다.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에 딱 들어맞는 영어는 없으나 gobbledygook(가불디국)과 mumbo jumbo(맘보 잠보)가 그와 비슷하다. 둘 다 ‘유식한 체하느라고 일부러 어려운 단어나 표현을 써서 상대방이 알아듣기 어렵게 하는 말이나 글’을 가리킨다.

A: Sorry for interrupting you,
but I don’t understand a single word of
what you’ve said so far.
Will you please cut that gobbledygook
out and tell me again in plain English?

B: OK. What I’m trying to say is….
A: 말을 가로채서 미안하지만, 네가
지금까지 한 말은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하겠다. 그러니까 그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는 집어치우고 쉬운 영어로 다시 좀
말해줄래?

B: 좋아. 내가 하려는 말은 다른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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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조화유씨는 최근 『이것이 미국영어회화다』 책과 CD를 출간했습니다. 구입 문의는 JohEnglish@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