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꿈나무] 논고랑 기어가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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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논고랑 기어가기
이춘희 지음, 박철민 그림
언어세상, 40쪽, 8500원

한가위 전날 밤. 손에 부스럼이 난 기동이는 엄마가 송편을 만들지 못하게 하자 집을 뛰쳐나와 마을 어귀를 지나다 논에 엎드려 있는 친구 일남이를 발견한다. 머리에 부스럼이 난 일남이는 옷을 홀딱 벗고 논고랑을 기면 부스럼이 낫는다는 할머니의 말을 믿고 막 실행에 옮기려는 참이다. 둘은 철저하게 비밀을 지키자는 약속 아래 옷을 훌훌 벗고 알몸으로 논고랑을 긴다. 잠시 후 태수까지 가슴에 부스럼이 생겼다며 합세하고, 셋은 진흙범벅이 돼 한참을 놀다 미꾸라지를 잡아 구어먹는다.

짓궂은 악동들의 장난쯤으로 여겨지는 '논고랑 기어가기'는 전남 진도에 전해지던 풍습이다. 세 친구의 이야기는 수묵 그림과 어우러져 사라져가는 옛 놀이를 실감나게 전한다.

'논고랑 기어가기'가 포함된 '국시꼬랭이 동네' 시리즈는 오줌싸개에게 키를 씌우고, 소.말에게 먹이는 꼴을 내기해 따먹던 옛 풍습들을 소개해왔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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