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삼성서 한수 배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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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일본 도요타 자동차가 삼성전자의 임원 급여와 보너스(성과급.스톡옵션 등) 체계를 벤치마킹한다. 도요타의 대외.홍보 담당인 가나다 신(金田新) 상무는 최근 나고야에서 기자와 만나 "삼성전자의 임원 급여를 수년 동안 분석해온 결과 동기 부여에 강점이 있어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며 "올해 안에 삼성전자의 인사 담당 임원도 만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요타는 지난달 창업주의 4세인 도요타 아키오(豊田章男.48)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면서 변화를 예고했다. 요코하마국립대학 조두섭(경영학) 교수는 "도요타가 그동안 '연공서열과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신념으로 지켜왔지만 앞으로 4세 시대에는 성과급 등 미국식 경영을 도입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000년 이후 도요타와 최고 경영층 간에 교류를 해왔다"며 "이미 도요타가 삼성의 인사시스템과 성과급에 대해 상당 부분 분석을 끝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도요타 임원 60여명의 평균 급여는 약 2800만엔(2억8000만원), 조 후지오 사장의 연봉은 5000만엔 정도로 알려졌다. 도요타 관계자는 "일본의 물가가 비싼 데도 삼성전자의 임원 평균 급여보다 절대 액수가 적으며, 이사회 멤버만 따져보면 삼성전자의 7~10분의 1 수준"이라고 전했다.

도요타는 2000년 오쿠다 히로시 회장이 기본급을 동결하면서 "임원들도 고통분담에 동참해야 한다"며 "임원 평균 연봉을 노조원 평균(약 900만엔)의 4배 이내로 줄일 것"이라고 선언했었다. 이후 도요타는 임원 평균 급여가 경쟁사인 닛산.혼다의 50~70% 수준까지 떨어졌다. 도요타 도쿄 본사의 한 간부는 "2000년 이후 매년 1조엔(10조원) 이상 영업 이익을 내고 있지만 5년째 기본급을 동결해'회사만 부자고 직원은 가난하다'는 사내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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