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시신 발견 18~19시간전 자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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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지방경찰청은 19일 황장엽(87·사진)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지난 10일 시신이 발견되기 하루 전인 9일 오후 자연사했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황운하 형사과장은 이날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황씨는 9일 오후 3시쯤 반신욕을 하다 갑작스러운 심장 질환으로 힘을 잃고 욕조 물을 들이마시며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그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서울대 법의학 교수 등이 참여한 부검 결과, 황씨의 사망은 자연사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발표에서 황씨의 사망 시각은 당초 알려진 10일 오전에서 9일 오후 3시로 변경됐다. 경찰은 황씨의 시신이 하루 가까이 방치된 것에 대해 “평소 황씨가 신변보호팀이 자신의 방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네티즌과 일부 시민은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에 의문을 제기했다.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은 ▶하루 가까이 방치된 욕조의 물이 따뜻하게 유지될 수 있는지 ▶황씨의 사망이 노동당 창건 기념일과 겹친 이유 등을 들었다. “타살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시신 발견 당시 부패가 진행되고 있었는데도 수사 당국이 사망 시점을 발견 당일로 추정한 경위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다음은 황운하 형사과장과의 일문일답.

 -어떻게 시신이 하루 가까이 방치될 수 있었나.

 “평소 황씨는 신변보호팀이 방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시신 발견 당시 브리핑에서 욕조 물이 따뜻하기 때문에 당일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는데.

 “욕실 온도가 31도 정도로 유지되고 있었다. 욕조 안 물의 온도는 그보다는 조금 낮았지만 발견 당시에도 따뜻한 수준이었다.”

 -사망 시점이 바뀐 이유는.

 “황씨는 9일 점심으로 콩나물 무침 등을 먹었는데 위 속 내용물에서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이 발견됐다. 식사를 한 다음 오래 지나지 않아 사망했다는 뜻이다. 또 10일 오전 시신을 발견했을 때 이미 복부가 부풀어 오르는 등 부패가 진행되고 있었다. 9일에는 평소 먹던 저녁 간식에도 손 대지 않았고 매일 (지인에게) 하던 안부 전화도 하지 않았다.”

 -정확한 사망 원인은.

 “급성 심장사다. 심장병변(심장의 병리학적 이상 증세)으로 자구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입과 코가 물에 잠겼다. 물을 자연스럽게 마시게 되고 폐에 물이 차 있었다. ”

 -타살 의혹은 없나.

 “사망 전후 나흘 동안의 안가 주변 폐쇄회로TV(CCTV) 영상과 감지기를 분석한 결과 외부 침입 흔적이 전혀 없다. 위와 혈액에서 독극물이나 마약 성분도 발견되지 않았다. ”

 -정수리 에 피하출혈이 있다 는데.

 “사망 당일 점심을 함께한 강모(62·여)씨에 따르면 자신이 황씨의 어깨를 안마하는 동안 정수리를 잡고 있었다고 한다. 황씨는 나이가 많은 데다 피부가 약해 그 정도 압박으로도 피하출혈이 생길 수 있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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