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지팡이’ 한국 나들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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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미국 뉴욕 타임스(NYT) 회장실에 보관돼 있던 이승만 전 대통령의 지팡이(사진)가 50여 년 만에 한국 땅을 밟는다. 다음 달 2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청와대 사랑채에서 열릴 ‘대한민국 대통령의 정상외교기록전’을 위해서다. 이경옥 국가기록원장은 18일 “이 전 대통령이 1954년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방미했을 때 아서 H. 슐츠버거 전 뉴욕 타임스 회장에게 선물한 것을 전시를 위해 대여했다”고 말했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과 슐츠버거 전 회장은 ‘펜팔친구’였다. 한국 정세나 언론 상황에 대한 내용이 담긴 서신부터 연하장, 생일 축하카드까지 주고 받으며 돈독한 우애를 다졌다. 슐츠버거 전 회장의 아들이 6·25전쟁 때 해병대원으로 참전하기도 했다. 1m 길이의 검은색 지팡이에는 자개가 박혀 있고, 옆면에 ‘리승만이 A.H.S(아서 H. 설즈버거)에게 증정함’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이번 기록전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파독 간호사 간에 주고 받은 서한도 전시된다. 박 전 대통령이 64년 독일 뒤스부르크시의 광산회사를 방문해 파독 광부와 간호사를 격려한 일이 계기였다. 파독 간호사가 감사편지를 보내자, 박 전 대통령은 “지성과 교양, 그리고 굳센 의지를 갖고 노력한다면 반드시 광명의 내일을 맞이하게 될 것, 건투를 빈다”는 내용의 답장을 보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0년 소련을 방문해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을 만나 ‘모스크바 선언’을 할 때 쓴 만년필도 전시된다. 이선언은 북방외교의 효시로 평가 받고 있다.

 이 원장은 “이번에 전시될 역대 대통령의 선물·유품 등 300여 점의 기록물을 통해 국제적으로 우리나라의 위상이 강화되는 과정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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