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총구서” … 시진핑, 1인자로 가는 9부능선 넘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18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17차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에 참석한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9인. 왼쪽부터 저우융캉(9), 리커창(7), 리창춘(5), 원자바오(3), 후진타오(1), 우방궈(2), 자칭린(4), 시진핑(6), 허궈창(8). ( )는 권력서열 순위. [베이징 신화통신=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이 군사위원회 부주석으로 선출된 것은 차기 권력자로서의 낙점이란 의미가 있다. 이는 중국의 내부적 정치 상황뿐 아니라 2∼3년 뒤 북·중 관계와 한반도에도 큰 변수로 작용할 게 분명하다.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정은(26)을 3대 세습 후계자로 결정한 한 달 후 중국의 차기 지도자가 내정됐기 때문이다.

 ◆대권 9부 능선 돌파=시 부주석의 군사위 부주석 선출은 그가 차기 대권으로 가는 9부 능선을 확실하게 넘었다는 걸 뜻한다. 당초 그는 지난해 열린 17기 4중전회에서 군사위 부주석에 선출될 걸로 전망됐으나 예상이 빗나갔었다. 이 같은 추측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국가부주석에 임명된 이듬해인 1999년 군사위 부주석에 올랐던 사실에 근거한 것이었다. 그러나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는 지난해 “(시 부주석의 군사위 부주석 선출 안건 자체가) 논의되지도 않았다”고 해명했었다.

 ◆남은 권력 승계 절차=시 부주석은 2007년 말 중국의 최고 권부인 당 정치국 상무위원(서열 6위)에 발탁됐다. 다음해 3월에는 국가부주석에 뽑혔다. 이번에는 당과 정부에 이어 군부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진 것이다.

 그럼에도 그가 진정한 최고 권력자가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관문이 몇 개 남았다. 우선 2012년 말에 열릴 18차 전국대표대회(전당대회)에서 후 주석으로부터 당 총서기직을 승계받아야 한다. 중국 정계 소식통은 “2007년 말 유력한 경쟁자였던 리커창(李克强·55) 현 국무원 상무 부총리를 제친 이후 차기 경쟁에서 시 부주석에게는 경쟁자가 없는 상태”라며 “당 총서기 선출은 무난하다”고 전망했다. 당이 정부를 지휘하는 중국의 권력 구조에서 당 총서기가 될 경우 이듬해 3월에 열리는 전국인민대표자대회(국회에 해당)에서 국가를 대표하는 국가주석에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되려면 ‘화룡점정(畵龍點睛)’과 같은 최후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바로 군사위 주석이란 최고 병권(兵權)을 쥐는 일이다. 덩샤오핑(鄧小平)·장쩌민(江澤民)의 전례에서 보듯 군사위 주석이 실질적인 권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화합과 포용의 리더십=시 부주석은 국무원 부총리, 광둥(廣東)성장, 전국인민대표자대회 부위원장(국회 부의장에 상당)을 역임한 시중쉰(習仲勛)의 장남이다. 따라서 혁명 원로의 자제와 친인척을 통칭하는 태자당(太子黨) 멤버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이 시 부주석을 일찌감치 눈여겨보고 그를 적극 후원해왔다는 것이 정설로 통한다. 당·정·군에서 우호적 인맥을 유지했던 부친의 성향을 닮아 대인 관계가 원만하다는 평이다. 또 남·북한 인사들과 모두 가까워 서울과 평양을 아우르는 넓은 인맥도 장점으로 꼽힌다.

 ◆지방행정 잔뼈 굵어=53년 6월 베이징에서 태어난 시 부주석은 문화대혁명(66∼76년) 와중이던 16세 때 산시(陝西)성의 농촌에서 일했다. 그 후 명문 칭화(淸華)대 화공과를 졸업한 뒤에는 중앙군사위 판공실에서 군 경력도 쌓았다. 또 현장 근무를 자원해 82∼83년 허베이(河北)성 정딩(正定)현에서 서기로 일했다. 이 시기의 활약상은 소설 ‘샛별(新星)’의 주인공으로 그려졌고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 85년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시 부시장으로 이동해 2002년까지 17년간을 푸젠에서 행정 경험을 쌓았다. 이 무렵 인기가수인 펑리위안(彭麗媛)을 아내로 맞았다. 중국의 수출 공업지역인 저장(浙江)성에서 5년간 성장과 당 서기로 일했고 2007년 상하이(上海) 당서기로 발탁됐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