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산 터널 개통하면 내가 할 일 많을 것”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88호 06면

지율(사진) 스님은 2003년부터 2005년 사이 4차례에 걸쳐 241일간 단식을 했다. 천성산 원효터널 공사 중단을 주장하면서다. 2003년 10월에는 도롱뇽을 원고로 내세워 공사착공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도롱뇽 소송의 중심에 선 지율 스님과의 인터뷰를 시도했다. 수소문 끝에 경북 상주에 머물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15일 오전 찾아간 그의 집은 비어 었었다. 이웃 주민은 “1년째 여기 살고 계세요. 이틀 전에 나가시는 것을 본 게 마지막이에요. 한 번 나가시면 3~4일이고 일주일이고 기약 없어요. 우리야 밤에 지나가다 불이 켜진 거 보면 집에 계시는구나 하고 아는 거죠”라며 “스님이 발이 없어요(차가 없어요). 그래서 지프나 관광버스가 집 앞에서 모셔가고 모셔 드리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전화로 만난 ‘터널 반대 241일 단식’ 지율 스님

오후 2시 마을 주민의 도움으로 지율 스님과 전화 통화를 할 수 있었다. 그는 서울에 있는데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고 했다. 기자와의 통화 내내 인터뷰는 거절했다. 지율 스님과 나눈 10여 분간의 통화 내용을 전한다.

-건강은 어떠십니까.
“그냥 그렇죠 뭐.”

15일 지율 스님을 찾아 갔지만 집은 비어 있었다. 그는 이곳에서 머문 지 만 1년이 됐다고 한다.

-다음 달에 천성산 터널이 개통합니다. 그래서 지난주 천성산에 다녀왔습니다.
“저는 지금 천성산 인터뷰할 생각 없어요. 아저씨(동네 주민)가 전화해서 받은 거지 안 그랬으면 얘기 안 했을 거예요. 천성산 문제는 단발적으로 얘기하기 힘들어요. 전체적인 얘기로 나가야 하는데 지금은 아니에요. 10년을 모니터링한 거라…. 4대 강이면 현장이 있지만 천성산은 지금 보여줄 수 있는 게 없고, 개통하고 나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있어요.”

-천성산 밀밭늪 하고 화엄늪에 다녀왔습니다. 전문가랑 함께 다녀왔는데 늪에 물이 많이 있었습니다. 올봄까지 도롱뇽을 봤단 얘기도 들었습니다.
“지금 고속철도 문제로 인터뷰하는 건 어려워요. 개통 후에 봐야죠. 우리 관점으론 얘기 못해요. 경부고속철도는 전혀 수익성이 없어요. 터널을 수십 개 뚫었는데 수익성이 없는 게 문제예요. 외자를 빌려서 이자만 나가고 있잖아요. 철도 사용비 하고 고속철 이자만 수천억원이에요.”

-스님께서는 환경 문제만 얘기하신 줄 알았습니다.
“나는 여러 가지 다 얘기했어요. 경제, 환경 다 얘기했는데…. 언론에서 환경만 얘기하면서 대립구조로 만들어갔잖아요.”

-요즘은 4대 강 관련 일을 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내 앞에 있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일하는 거예요.”

-이번에도 환경단체 분들이랑 같이 일하고 계십니까.
“(잠시 말이 없다가) 환경단체랑 같이 안 해요. 제가 언제 환경단체랑 같이 일한 적 있었나요.”

-천성산 대책위도 만들고 함께 활동하시지 않았던가요.
“그 얘긴 너무 복잡한 얘기예요. 나한테 물어서 기사 쓰려고요? 그러면 안 돼요. 정리되면 보도자료 나가는 거지. 언론에선 말도 안 되는 기사 쓰잖아요.”

-손실액 2조5000억원 보도 말씀하시는 거죠.
“2조 보도만이 아니에요. 그거야 정정 기사가 났지만, 2조 논리로 기사를 쓰는 게 문제죠. 왜 자꾸 질문하세요. 천성산 시작하면서 10년 만에 처음으로 인터뷰 요청 받는 거예요. 어디서도 저한테 인터뷰하자고 안 했어요. 어떤 신문(스님은 특정신문을 거론했다)은 천성산 기사를 130번 넘게 쓰면서 처음 문제를 제기한 사람 인터뷰 한 번을 안 썼어요. 자기들 마음대로 썼죠. 그래 놓고 이제 저한테 인터뷰하자는 건 말이 안 되죠.”
(※여러 언론 매체가 철도시설공단과 대한상공회의소의 2005년 보고서를 인용해 천성산 공사 지연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2조5000억원이라고 보도했다. 지율 스님은 손실규모 보도가 잘못됐다며 일부 언론사에 소송을 내 부분승소했다.)

-스님의 뜻이 제대로 전달 안 된 부분이 있었나 봅니다.
“내가 입을 열면 사람들이 일을 안 보고 저를 봐요. 천성산 때도 그랬어요. 나만 보고 천성산은 안 봤죠. 산은 안 보고 나만 봤어요. 4대 강도 나를 보고 4대 강을 안 보니까. 그래서 인터뷰 안 해요.”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