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율(사진) 스님은 2003년부터 2005년 사이 4차례에 걸쳐 241일간 단식을 했다. 천성산 원효터널 공사 중단을 주장하면서다. 2003년 10월에는 도롱뇽을 원고로 내세워 공사착공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도롱뇽 소송의 중심에 선 지율 스님과의 인터뷰를 시도했다. 수소문 끝에 경북 상주에 머물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15일 오전 찾아간 그의 집은 비어 었었다. 이웃 주민은 “1년째 여기 살고 계세요. 이틀 전에 나가시는 것을 본 게 마지막이에요. 한 번 나가시면 3~4일이고 일주일이고 기약 없어요. 우리야 밤에 지나가다 불이 켜진 거 보면 집에 계시는구나 하고 아는 거죠”라며 “스님이 발이 없어요(차가 없어요). 그래서 지프나 관광버스가 집 앞에서 모셔가고 모셔 드리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전화로 만난 ‘터널 반대 241일 단식’ 지율 스님
오후 2시 마을 주민의 도움으로 지율 스님과 전화 통화를 할 수 있었다. 그는 서울에 있는데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고 했다. 기자와의 통화 내내 인터뷰는 거절했다. 지율 스님과 나눈 10여 분간의 통화 내용을 전한다.
-건강은 어떠십니까.
“그냥 그렇죠 뭐.”
-다음 달에 천성산 터널이 개통합니다. 그래서 지난주 천성산에 다녀왔습니다.
“저는 지금 천성산 인터뷰할 생각 없어요. 아저씨(동네 주민)가 전화해서 받은 거지 안 그랬으면 얘기 안 했을 거예요. 천성산 문제는 단발적으로 얘기하기 힘들어요. 전체적인 얘기로 나가야 하는데 지금은 아니에요. 10년을 모니터링한 거라…. 4대 강이면 현장이 있지만 천성산은 지금 보여줄 수 있는 게 없고, 개통하고 나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있어요.”
-천성산 밀밭늪 하고 화엄늪에 다녀왔습니다. 전문가랑 함께 다녀왔는데 늪에 물이 많이 있었습니다. 올봄까지 도롱뇽을 봤단 얘기도 들었습니다.
“지금 고속철도 문제로 인터뷰하는 건 어려워요. 개통 후에 봐야죠. 우리 관점으론 얘기 못해요. 경부고속철도는 전혀 수익성이 없어요. 터널을 수십 개 뚫었는데 수익성이 없는 게 문제예요. 외자를 빌려서 이자만 나가고 있잖아요. 철도 사용비 하고 고속철 이자만 수천억원이에요.”
-스님께서는 환경 문제만 얘기하신 줄 알았습니다.
“나는 여러 가지 다 얘기했어요. 경제, 환경 다 얘기했는데…. 언론에서 환경만 얘기하면서 대립구조로 만들어갔잖아요.”
-요즘은 4대 강 관련 일을 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내 앞에 있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일하는 거예요.”
-이번에도 환경단체 분들이랑 같이 일하고 계십니까.
“(잠시 말이 없다가) 환경단체랑 같이 안 해요. 제가 언제 환경단체랑 같이 일한 적 있었나요.”
-천성산 대책위도 만들고 함께 활동하시지 않았던가요.
“그 얘긴 너무 복잡한 얘기예요. 나한테 물어서 기사 쓰려고요? 그러면 안 돼요. 정리되면 보도자료 나가는 거지. 언론에선 말도 안 되는 기사 쓰잖아요.”
-손실액 2조5000억원 보도 말씀하시는 거죠.
“2조 보도만이 아니에요. 그거야 정정 기사가 났지만, 2조 논리로 기사를 쓰는 게 문제죠. 왜 자꾸 질문하세요. 천성산 시작하면서 10년 만에 처음으로 인터뷰 요청 받는 거예요. 어디서도 저한테 인터뷰하자고 안 했어요. 어떤 신문(스님은 특정신문을 거론했다)은 천성산 기사를 130번 넘게 쓰면서 처음 문제를 제기한 사람 인터뷰 한 번을 안 썼어요. 자기들 마음대로 썼죠. 그래 놓고 이제 저한테 인터뷰하자는 건 말이 안 되죠.”
(※여러 언론 매체가 철도시설공단과 대한상공회의소의 2005년 보고서를 인용해 천성산 공사 지연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2조5000억원이라고 보도했다. 지율 스님은 손실규모 보도가 잘못됐다며 일부 언론사에 소송을 내 부분승소했다.)
-스님의 뜻이 제대로 전달 안 된 부분이 있었나 봅니다.
“내가 입을 열면 사람들이 일을 안 보고 저를 봐요. 천성산 때도 그랬어요. 나만 보고 천성산은 안 봤죠. 산은 안 보고 나만 봤어요. 4대 강도 나를 보고 4대 강을 안 보니까. 그래서 인터뷰 안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