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첫 주상복합 임대분양 잘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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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남 더힐’의 청약 대박 신화가 판교에서 재현될까.

경기도 판교신도시에서 처음으로 주상복합아파트가 선보인다. 호반건설이 판교신도시 상업지구에 짓는 호반서밋플레이스다. 총 178가구로 단지 규모는 크지 않다. 전용 131~134㎡형의 고급 중대형 단지로, 신분당선 판교역(2011년 9월 개통 예정)이 가까워 주택 수요자들에게서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런데 이 단지는 입주 때 소유권이 계약자에게 넘어가는 분양 아파트가 아니다. 입주 후 5년 간(최소 2년6개월) 임대로 살아야 소유권이 이전되는 분양 전환 임대 아파트다.  호반건설은 이달 말 견본주택을 열고 본격 분양에 나설 예정이다.

▲ 호반건설이 판교신도시에서 선보일 호반서밋플레이스 주상복합아파트는 판교에서도 생활편의시설이 밀집한 중심상업지구에 들어선다. 사진은 판교신도시 중심상업지구 전경.

임대료 보증금 6억9300만원, 월세 163만원 선

이 아파트의 임대료는 보증금 6억9300만원 선에 월세가 163만원 선이다. 보증금만으로도 서울의 웬만한 중대형 아파트를 살 수 있을 정도다. 5년 후의 분양 전환 가격은 기준층이 10억4500만원이다.

호반건설은 이 주상복합아파트를 당초 일반 분양하기로 했다. 그러나 주택시장 침체가 이어지자 임대로 전환한 것이다. 계약자들의 초기 자금 부담을 덜어줘 분양률을 높이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분양 전환 임대는 계약 후 입주 때까지 보증금만 마련하면 되기 때문에 분양 아파트보다 초기자금 부담이 덜하다.

가령 이 아파트가 분양 단지라면 입주 때까지 3년동안 10억4500만원을 내야 한다. 그러나 임대로 나와 입주 때까지 보증금만 마련하면 된다. 입주 때 취득·등록세도 낼 필요가 없다. 임대 기간 중에는 재산세 등 보유세를 한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이 때문에 임대 단지는 분양보다 인기가 많은 편이다. 실제로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7월 성남 여수지구에서 내놓은 중대형 분양 전환 임대는 1순위에서 최고 45.7대1로 청약이 마감된 반면, 분양 단지는 3순위에서도 모집 가구 수를 다 채우지 못했다.

지난해 2월 금호건설이 서울 한남동 옛 단국대 부지에서 선보였던 고급 임대주택 한남 더힐도 높은 인기를 끌었다. 이 단지의 경우 보증금이 3.3㎡당 평균 2350만원(최고 25억원), 임대료가 239만~429만원였는데도 최고 51.3대 1, 평균 4.3대 1의 경쟁률을 각각 기록한 것이다.

특히 유명 연예인과 정·재계 고위 인사들도 대거 청약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 중개업계에서는 판교의 호반서밋플레이스이 한남 더힐의 청약 대박 신화를 재현할 수 있을 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가 분양가를 규제하는 분양가 상한제(채권입찰제)를 피해 수익을 높이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상한제가 적용되면 아파트 값을 주변 시세보다 20% 정도 싼 3.3㎡당 평균 1800만원 정도 밖에 받을 수 없는데, 이 아파트의 확정 분양 전환 가격은 3.3㎡당 2000만원이 넘는다.

▲ 호반서밋플레이스 부지 전경.

교통·편의시설은 판교 내 최고

경부고속도로 판교 나들목을 나와 첫 사거리에서 직진해 100m쯤 가면 호반서밋플레이스 공사 현장이 나온다. 판교 나들목에서 차로 2~3분 정도면 충분하다. 그 만큼 판교 나들목을 이용하기 편리한 셈이다.

그런가 하면 분당~수서간 고속화도로, 분당~내곡간 고속화도로도 차로 2~3분여 거리다. 경부고속도로와 분당~수서 고속화도로 사이에 호반서밋플레이스가 끼어 있는 모양새다. 차로 10여 분만 가면 용인~서울간 고속도로도 있어 판교신도시 내에서 교통여건이 가장 좋은 편이라는 게 지역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지하철 이용도 편리할 전망이다. 걸어서 2~3분 거리인 중심상업지구에 내년 9월께 신분당선 판교역이 들어선다. 지금은 아무 것도 없지만 입주할 때쯤이면 편의시설도 갖춰진다. 길 건너(경부고속도로 방향) 중심상업용지가 텅 비어 있지만 이 아파트가 입주할 때쯤이면 알파돔시티를 비롯해 각종 상가가 대거 들어서기 때문이다.

인근 동판교공인 관계자는 “중심상업지구를 걸어서 이용할 수 있을 만큼 가깝지만 상업지구 내에 들어서는 게 아니어서 소음 등의 피해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월세 관리비 포함하면 200만원 넘을 듯

문제는 임대료다. 보증금은 차치하더라도 월세가 평균 163만원 정도다. 여기에 중대형 고급 아파트인 데다 관리비가 많이 나오는 주상복합아파트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달 200만원 이상을 내야 할 것 같다.

특히 월 임대료는 분양 전환 때 분양가로 인정되지 않는 소멸성 돈이다. 입주자와 호반건설이 합의해 입주 후 2년 6개월 뒤 분양 전환된다고 가정하면 관리비까지 포함해 약 6000만원이 사라지는 셈이다.

물론 임대료 등을 단순히 이런 식으로 계산할 수는 없다. 입주 때 드는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확정 분양가에서 보증금을 제외하면 3억4000만원 정도가 남는데, 이를 연 4% 정도하는 은행 정기 예금에 든다고 가정하면 이자 수익(2년 6개월간 총 3450만원)이 생기기 때문이다.

여기에 임대 기간 중에는 재산세 등 보유세를 내지 않는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어차피 내야 할 관리비를 제외하면 실제로 2년 6개월간 드는 돈은 2000만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더라도 어찌됐든 입주해 살려면 매달 200만원 이상을 지출해야 하므로 어지간한 수입으로는 버거울 것으로 보인다. 판교어울림공인 김철환 사장은 “고소득 전문직이거나 사업자가 아니면 입주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고임대료’라는 점은 아킬레스건”이라고 말했다.

▲ 호반서밋플레이스는 주변 환경이 쾌적할뿐 아니라 교통 여건도 뛰어나다. 내년에는 신분당선 판교역이 들어서 교통 환경이 더욱 좋아질 전망이다. 사진은 단지 옆 금토천의 모습.

분양 전환 가격은 매력…단지 작은 것도 흠

이 아파트는 입주 후 2년 6개월 뒤 분양하든 5년 뒤에 분양하든, 주변 집값이 오르든 내리든 기준층 기준으로 10억4500만원의 확정 분양가가 적용된다. 아파트 값이 내리면 분양받지 않고 살다 나오면 된다.

확정 분양가 10억4500만원은 현재 주변 시세를 고려하면 싼 편이다. 근처에 비슷한 크기의 주택형이 없어 직접 비교는 힘들지만 인근 봇들마을에서 가장 큰 전용 115㎡가 11억5000만~12억5000만원 정도 한다.

이 아파트는 입주 초기 13억~14억원에도 매물이 나왔지만 지금은 전반적인 주택시장 침체로 가격이 다소 내린 상태다. 이처럼 가격만 놓고 보면 주변 시세보다 싼 편이다. 하지만 주변 중개업소들은 가격이 꼭 싸다고 할 수 없다고 말한다.

현재 주변 시세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아파트 자체가 요즘 인기가 별로 없는 주상복합인 데다 나홀로 단지인 때문이다.

낮은 브랜드 인지도 단점으로 꼽힌다. A공인 정모 사장은 “단지 규모가 작고 관리비 등이 많이 나오는 주상복합아파트라는 점을 감안하면 (확정 분양가가) 주변 시세에 비해 높지도 비싸지도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판교어울림공인 김철환 사장은 “주상복합아파트가 한때는 선풍적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은 경제성, 안정성 등을 이유로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평면도 등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주상복합의 단점을 단지 설계로 극복할 수 있다면 매력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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