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3인 즉시 퇴진하고 새 경영진 내부서 뽑아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신한금융지주의 재일동포 주주들이 라응찬 회장과 신상훈 사장, 이백순 신한은행장에게 즉시 사임할 것을 요구했다. 신한지주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쳐 온 재일동포 주주들이 최고경영진 3인의 동반 퇴진을 요구함에 따라 신한의 지배구조는 개편이 불가피하게 됐다. 신한지주의 재일동포 주주들은 14일 오후 일본 오사카(大阪)의 뉴오타니호텔에서 주요 주주 모임을 열고 신한 사태와 관련된 최고경영자 3인의 동반 퇴진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신한금융그룹의 최고 경영진은 사심 없이 공명정대하게 조직을 위해 직무를 수행해야 하며, 비열하게 자신의 보신을 위해 지위를 이용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특히 행장이 사장을 고소한 이번 사태를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규정한 뒤 “행장이 좁은 시각으로 경영을 판단한 결과 신한지주의 신용이 추락한 것은 물론 한국 금융계의 국제적 신뢰를 크게 떨어뜨렸다”며 이 행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재일동포 주주들은 “신한지주 창업을 통해 한국 경제발전에 공헌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이와 같은 신한지주 경영자의 배신적 행위에 깊은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고경영자의 잘못된 행위로 창업 이래 쌓아 올린 신한의 업적과 신용이 일순간에 무너졌다는 지적도 했다.

이들은 라 회장 등 3인의 즉각적인 사임과 함께 “새로운 경영진을 시급히 선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다만 “외부로부터의 경영진 선임을 배제하고 그룹 내부에서 신한은행의 기본 이념과 기업문화를 계승할 수 있는 우수하고 열의 넘치는 인재 등용으로 경영진을 선임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금융 당국 등 외부 입김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들은 또 라 회장의 금융실명제 위반과 관련해 징계 대상에 포함된 신한은행 임직원 42명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원에 선처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이날 재일동포 주주 모임에는 정행남씨 등 일본에 거주하는 신한지주 사외이사 4명 전원과 신한은행 사외이사인 정천기씨, 신한금융 주식 100만 주 이상을 보유한 ‘밀리언클럽’ 회원 10명 등 주요주주 130여 명이 참석했다. 신한의 재일동포 주주들은 1982년 신한은행 출범 당시 250억원의 자본금 대부분을 출자했다. 이들의 신한금융지주 지분은 현재 17%가 됐다.

한애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