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랑 지극한 '잉꼬 부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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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한국의 일부를 사랑했는데 지금은 한국의 전부를 사랑하게 됐습니다."


21일 2박3일간의 일정으로 방한한 필 그램(63.(右)) UBS 부회장은 한국계 부인 웬디 그램(60.(左)) 여사에 대한 사랑을 이렇게 에둘러 표현했다. 18년간 미국 상원의원을 지내고 2002년 세계적인 투자은행 UBS로 자리를 옮긴 그램 부회장과 레이건 및 부시 전 대통령 시절(1988~1993년) 연방선물거래위(CFTC) 위원장을 역임한 웬디 여사는 소문난 '잉꼬 부부'다.

두 사람은 "바쁜 중에도 틈틈이 함께 하는 시간을 즐기려 노력한 것이 행복한 결혼 생활의 비결"이라고 했다.

그램 부회장은 텍사스 A&M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1969년에 교수 임용 면접을 보러 온 웬디 여사를 처음 만나 사랑에 빠졌다. 두번이나 청혼했다가 거절당한 그는 70년 샌안토니오의 낭만적인 레스토랑에서 무릎을 꿇은 채 "평생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매달린 끝에 그해 11월 결혼에 성공했다고 한다.

그램 부회장이 "35년간 그 약속을 지키려 노력해 왔다"고 자랑하자, 웬디 여사는 "집안 청소는 이 사람이 도맡아 한다"며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그램 부부는 슬하에 각기 경제학자와 헷지펀드 매니저로 일하는 두 아들을 두고 있다.

당시 한국계로는 미 행정부 최고위직에 올랐었고 현재 조지메이슨대 규제정책연구소장인 웬디 여사는 원래 하와이 사탕수수 이민 3세 출신이다. 하와이에서 태어나 웰슬리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노스웨스턴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난해 이화여대 명예석학교수로 위촉된 웬디 여사는 한국 여성들을 위한 조언을 구하자 "일단 선택한 일에 대해선 후회하지 말고 쭉 밀고 나가라"고 했다.

글=신예리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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