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축구에게 한국은 눈 위에 있는 혹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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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일전을 앞두고 일본 취재기자들이 한국 대표팀에서 가장 탐나는 선수로 꼽은 조영철. [중앙포토]

한·일전은 그라운드 안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 사이에도 미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서로 정보를 교류하면서도 속마음은 숨기는 경우가 많다. 경기를 하루 앞둔 11일 일본의 취재기자 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일본 대표팀에 대한 믿음은 5개월 전과는 정반대로 치솟았다. 지난 5월 한국에 0-2로 패한 뒤 일본의 분위기는 침통했다. 오카다 감독에게 사퇴 의사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남아공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성공하고, 지난 8일 홈에서 아르헨티나를 1-0으로 누르자 얘기가 달라졌다. 10명 가운데 9명이 ‘한국에 지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승리를 확신하는 배경에는 ‘떠오르는 신예’ 가가와 신지(21·도르트문트)가 있었다. ‘일본이 이긴다’고 답한 6명 모두 가가와의 득점을 점쳤다. 가가와는 남아공월드컵에는 참가하지 못했지만 올여름 분데스리가에 진출한 뒤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 기자들은 그를 ‘이청용(볼턴)의 영리함에 박지성(맨유)의 수비 가담 능력을 갖춘 선수’라며 극찬했다.

한국 선수 중 가장 탐나는 선수를 뽑아달라는 질문에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J-리거 조영철(니가타·3표)이 프리미어리거 박지성(2표)보다 높은 지지를 받았다. 최근 J-리그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덕분이다. 조영철은 빠른 스피드와 뛰어난 발재간, 높은 골 결정력을 앞세워 리그 득점 3위(11골)를 달리고 있다.

박지성은 역대 한·일전 최고의 선수로 꼽히며 명예(?)를 회복했다. 한·일전 A매치 출전이 두 차례에 불과하지만 인상 깊은 활약을 보였기 때문이다. 5월 사이타마스타디움에서 열린 경기에서 박지성은 전반 6분 상대 수비수 3명을 따돌리고 선제골을 넣은 뒤 일본 서포터를 조용히 응시하는 골 뒤풀이를 펼쳤다.

‘일본 축구에 있어서 한국 축구는 ○○○이다’의 빈칸을 채워달라는 요구에 가장 인상적인 대답은 스포츠 니폰의 마키노 신지 기자가 내놨다. ‘눈 위에 있는 혹’이라고 답했다. 그만큼 부담스럽고 껄끄러운 상대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파주=이정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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