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전용지구 택시 통행시간 연장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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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대구시 중구 중앙로의 대중교통전용지구 모습. 이곳에 승용차 등 통행 제한 차량을 단속하기 위한 폐쇄회로TV(CCTV) 카메라가 최근 설치됐다. [프리랜서 공정식]

8일 오후 9시20분쯤 대구시 중구 동성로 롯데영플라자 앞. 택시 한 대가 손님을 태운 뒤 중앙 네거리에서 우회전해 대구역 방향으로 내달린다. 이어 두 대의 택시가 같은 코스로 진입한다. 10분가량 지켜보니 10여 대의 택시가 통행이 금지된 중앙로를 오간다. 한 시민은 “밤 9시만 넘으면 중앙로에 택시가 많이 다닌다”며 “야간에는 통행이 허용된 것 아니냐”고 물었다.

대구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의 모습이다. 대중교통전용지구는 대구역 네거리와 반월당 네거리까지 1.05㎞ 구간이다. 시내버스 전용 통행구간이지만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예외적으로 택시가 다닐 수 있다.

대구시가 이 구간의 택시 통행시간 연장을 검토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택시 통행시간을 오후 9시로 한 시간 앞당겨 중앙로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이는 주변 상인들과 택시업계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상인들은 상권 활성화를 이유로 든다. 지난해 12월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 이후 택시 운행이 제한돼 손님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이 일대는 인근 동성로와 함께 대구의 최대 상업지역이다.

D의류가게 주인 이정자(65)씨는 “택시가 다니지 않으니 단골 손님들도 발길을 끊었다”며 “매출이 예전보다 절반 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주변 식당 주인들은 “손님들이 택시를 잡기 어렵다는 이유로 잘 찾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택시기사들도 가세하고 있다. 대중교통전용지구로 통행할 수 없어 도심을 우회해야 하는 등 불편함이 많다는 것이다. 야간에 운행 시간을 늘리면 택시뿐 아니라 통행인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시민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택시가 늘어나면 버스의 운행이 원활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또 걷기 명소인 대중교통전용지구의 쾌적한 분위기를 망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시민 김원철(54)씨는 “택시의 운행시간 연장은 대중교통전용지구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 것”이라며 “중앙로는 버스와 보행자가 공존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도 “시내버스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전국 처음으로 시도한 것이 대중교통전용지구인 만큼 택시 운행시간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일단 이를 추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상권 활성화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아카데미시네마·중앙파출소 앞 등 대중교통전용지구 네 곳에 폐쇄회로TV(CCTV) 카메라 4대를 설치했다. 두 대는 주·정차 위반차량을 단속하고, 나머지는 시내버스 이외 일반차량의 통행을 적발한다. 일반 차량이 이곳을 통행하거나 택시가 정해진 시간 외에 운행하면 승용차·택시는 4만원, 승합차·트럭은 5만원의 범칙금을 물어야 한다.

대구시 김재동 교통개선담당은 “CCTV를 통해 택시의 야간 운행 상황을 파악한 뒤 여론 수렴을 거쳐 연말쯤 이 문제를 매듭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홍권삼 기자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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