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발전보다 나눔정신 더 놀랍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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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6·25전쟁 40년 만에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가 됐습니다. 한국의 경제발전보다도 나눔정신이 더 놀랍습니다.”

구호단체인 국제월드비전의 설립 60주년을 맞아 한국을 찾은 이 단체의 케빈 젠킨스(54·사진) 총재는 11일 한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이 경제발전의 열매를 자기만을 위해 쓰지 않고 세계와 나누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국제월드비전은 1950년 6·25전쟁 때 고아와 남편 잃은 여성들을 돕기 위해 창설됐다. 주역은 미국인 밥 피어스(1914~1978) 목사와 한국인 한경직(1902~2000) 목사다. 종군기자로 한국에 들어왔던 피어스 목사가 전쟁의 참상을 해외에 알려 후원금을 모은 것이 그 시작이다. 그 뒤 월드비전 60년사는 곧 전후 한국의 역사가 됐다. 이 단체는 현재 전 세계 1억여 명의 어린이를 돕는 최대의 국제구호개발기구가 됐다.

도움을 받던 한국은 1991년부터 베풂의 손길을 내미는 나라로 성장했다. 젠킨스 총재는 “이는 월드비전 100여 개 회원국 중에서도 유일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한국 월드비전은 현재 국제월드비전 국가별 기구 가운데 미국과 캐나다·호주에 이어 넷째로 많은 국외 원조를 하고 있다.

월드비전은 돕는 이와 도움받는 아동을 1대1로 이어준다. 젠킨스 총재는 이를 “세계의 만남”이라고 표현했다. 결연을 통해 가난한 나라와 부자 나라, 동양과 서양이 만나 문화와 경제 격차를 뛰어넘어 세계를 하나로 잇는다는 것이다.

그는 “아이티 지진이나 북한 수해 등 거대한 문제를 개인이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지만 한 사람이 한 아이를 도우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후원금은 아이가 사는 마을에 전달된다. 우물과 진료소를 만들고 학교를 짓는 등 지역을 개발해 삶의 질을 높여준다.

북한 지원은 1994년부터 이뤄졌다. 현재 국제월드비전은 평안남도 금산군 등 북한 농촌지역에 보건·위생·농업시설 확충을 돕는 ‘꽃피는 마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마을에 병원을 세우고, 소형발전기를 돌려 전기와 식수를 공급한다. 북한 농업과학원과 남한 학자들의 연구를 10년간 지원해 씨감자 개발에도 성공했다. 2008년부터 매년 300만t 가량의 감자를 현지 생산하고 있다.

천안함 사태 이후 남북관계가 냉각기에 접어든 것과 관련해 젠킨스 총재는 “인도적인 아동 지원에 정치가 개입돼서는 안 된다”면서도 “민간인을 돕되 정부를 자극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정책”이라고 밝혔다. 대북 지원을 담당하는 박창빈 부회장은 “월드비전에 대한 북한 정부의 신뢰는 여전히 깊다”고 덧붙였다. 젠킨스 총재는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한국의 나눔 정신이 월등하다”며 “한국 월드비전이 아시아의 모델이 돼달라”고 당부했다.

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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