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슬러지 댐’ 2차 붕괴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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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헝가리 알루미늄 공장의 화학 슬러지(산업폐기물 찌꺼기)를 저장한 댐 벽에 새로운 균열이 생겨 화학 슬러지가 대량으로 추가 방류될 상황에 처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9일(이하 현지시간) 사고 공장이 있는 서부 콜론타르 마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장 댐 북쪽 벽에 7㎝ 이상 벌어진 균열이 발견됐다”며 “댐 벽이 무너져 슬러지가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는 “만일 댐 벽이 붕괴되면 50만㎥의 슬러지가 쏟아져 나올 것으로 추정된다”며 “댐에 남은 슬러지의 밀도에 따라 유출량은 더 많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헝가리 서부 콜론타르에 위치한 알루미늄 공장의 화학 슬러지 저장 댐에 새로운 균열이 생기면서 슬러지가 추가 방류될 위기에 처했다. 사진 위쪽 원 안은 벽에 균열이 발견 돼 붕괴 위험이 있는 부분, 왼쪽 아래 원 안은 지난 4일 무너진 부분이다. [콜론타르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헝가리 정부가 공장 주변 마을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정부는 특별 열차와 버스 편으로 주민 5300여 명을 대피시켰다. 신문은 “한 집당 20㎏ 미만의 가방 하나만을 휴대하라는 지침이 내려져 주민들은 옷가지와 귀중품만 간신히 챙겨 떠나야 했다”고 전했다.

오르반 총리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주민들을 임시 숙소로 대피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피해 마을은 완전히 파괴돼 다시 사람이 살 수 없을 것 같다”며 “피해 주민들에게 다른 지역에 새 집을 지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AP통신은 “저장 댐이 완전히 무너질 경우에 대비해 댐과 마을 사이에 여러 겹의 둑을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틸보 돕슨 헝가리 정부 대변인은 10일 AP와 인터뷰에서 “붕괴를 막기 위해 균열을 메우는 작업을 진행 중이며 간밤에 새로운 균열이 생기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추가 유출 위험이 여전해 주민 대피령은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피해 지역에 따뜻하고 건조한 날씨가 계속돼 진흙 형태의 슬러지가 말라붙어 먼지가 돼 대기 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텔레그래프는 “피해 지역에 슬러지가 말라 생긴 유독성의 붉은 먼지가 복구 작업 중인 군인·자원봉사자에게 호흡기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4일 이 마을에 위치한 ‘마자르 알루미늄(MAL)’ 공장의 슬러지 저장 댐의 붕괴로 100만㎥의 슬러지가 방류돼 7명이 사망하고 150명이 부상했다. 알루미늄 제조 과정에서 나온 화학 슬러지는 중금속이 다량으로 섞인 독성 물질로 강알칼리성을 띤다. 이 때문에 슬러지에 노출되면 화상을 입을 수 있으며 토양·강물에 유입되면 알칼리화·중금속 오염을 일으킨다. 사고 직후 피해 마을을 지나는 마르칼강에 흘러든 슬러지는 강의 흐름을 따라 이동해 8일 도나우강에 유입됐다. 영국 주간지인 옵서버는 “슬러지가 도나우강 하류의 크로아티아·세르비아·루마니아를 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아직까지 도나우강의 산성도·오염도 변화는 없지만 슬러지가 처음 유입된 마르칼강은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등 수중 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전했다.

이에스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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