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미 국민 되고 싶은 중국인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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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중국 국적자였던 황웨이루(黃薇如·32)는 2008년 법적으로 미국인이 됐다. 그는 “미국 국민이 된 순간 영광의 눈물이 흘렀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영주권 자격을 갖는 그린카드를 취득하고도 국적을 얻기까지 7년 이상을 더 기다려야 했다.

미국 거주 20년 만에 국적을 취득한 중국인 정(58)씨는 “20년간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었기에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영어가 유창하지 못해 영어시험 통과에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고 했다.

중국인들의 미국 국적 취득 열기가 뜨겁다. 중국의 국력이 미국과 어깨를 겨룰 만한 주요 2개국(G2)으로 올라섰다는 평가가 무색할 정도다.

미국에서 발행되는 화교 신문인 차오바오(僑報)는 최근 미국 국토안보부의 발표를 인용해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 국적을 취득한 중국인이 26만 명을 넘었다”고 보도했다. 귀화한 외국인을 국적별로 보면 멕시코·인도·필리핀에 이어 중국이 차지했다. 중국인의 미국 국적 취득은 2005년부터 급증하고 있다. 2008년에는 4만 명을 넘었고 금융위기 여파가 있었던 지난해도 3만7130명에 달했다. 이들은 주로 로스앤젤레스·샌프란시스코·뉴욕 등지에 둥지를 틀고 있다.

미국 국적 취득 목적을 묻는 한 조사에서 29%의 중국인은 “경제적으로 부유한 생활을 위해서”라고 답했으며, 21%는 “미국의 정치와 생활 풍습이 좋아서”라고 답했다. 이들을 바라보는 중국인들의 시각은 다소 의외다. 66%가 “개인의 자유”라거나 “잘 모르겠다”고 답했고, “조국을 버린 배신자”라고 비판한 사람은 16%에 그쳤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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