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이 두 손 번쩍 들자 … 웃던 곰, 말을 잃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삼성이 박한이의 극적인 재역전 3점 홈런으로 먼저 웃었다.

삼성은 7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두산에 6-5로 승리했다. 3-5로 뒤진 8회 말 1번 타자 박한이가 짜릿한 우중월 스리런 아치를 그려 팀 승리의 주역이 됐다. 정규시즌 2위 삼성은 5전3선승제 시리즈의 첫 판을 잡아 한국시리즈 진출의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2차전은 8일 오후 6시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8회 말 대역전 드라마=삼성은 8회 말 원 아웃까지 2-5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호투하던 두산 투수 고창성이 삼성 진갑용의 타구에 왼손목을 맞아 갑작스레 마운드를 물러나면서 경기의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두산은 마무리 투수 정재훈을 내세워 승리 굳히기에 나섰다. 정재훈은 대타 박진만을 삼진으로 돌려세워 벤치의 기대에 부응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영욱에게 우전 안타를 맞아 1, 3루에 몰리더니 김상수에게도 좌전 안타를 내줘 3-5로 추격을 허용했다.

이미 승리 계투조를 모두 써버린 두산은 더 이상 내보낼 투수가 없었다. 결국 두산은 정재훈이 2사 1, 2루에서 박한이에게 3점 홈런을 얻어맞아 다 잡았던 승리를 놓치고 말았다. 정재훈은 롯데와 준플레이오프(준PO) 1차전 전준우, 2차전 이대호에 이어 또다시 결승 홈런을 허용하는 비운의 주인공이 됐다.

삼성 박한이가 팀이 3-5로 끌려가던 8회 말 2사 1·2루에서 역전 3점포를 쏘아 올린 뒤 두 팔을 번쩍 들며 기뻐하고 있다. 삼성은 박한이의 드라마 같은 홈런을 앞세워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승리를 거뒀다. [대구=연합뉴스]

◆‘명불허전’ 삼성 철벽 불펜=삼성은 선발투수 차우찬의 난조로 경기를 어렵게 풀어 나갔다. 선동열 삼성 감독이 “팀 내 투수들 중 컨디션이 가장 좋다”며 1차전 선발로 낙점한 차우찬은 1회부터 연속 볼넷을 허용하더니 결국 4이닝 동안 5피안타·5실점한 뒤 물러났다. 5회 두 번째 투수로 나온 정인욱은 최준석에게 2타점 적시타를 얻어맞았다.

그러나 철벽을 자랑하는 필승 계투조를 아껴둔 것이 삼성에는 전화위복이 됐다. 선동열 감독은 2-5로 뒤진 상황에서도 승부를 포기하지 않고 불펜의 주축 투수들을 잇달아 기용해 재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정현욱이 1과 3분의 1이닝 동안 무피안타·무실점했고, 권오준도 1이닝을 안타와 실점 없이 막아냈다. 9회 초 좌완 권혁이 마운드에 올라 1사 2, 3루 역전 위기를 맞았으나 안지만이 이종욱을 유격수 플라이, 양의지를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 한 점 차 승리를 지켰다.

◆두산, 아쉬운 뒷심 부족=비록 졌지만 두산도 경기 내용 면에서는 짜임새 있는 전력을 선보였다. 3회 말 2점을 먼저 내줬으나 곧이은 4회 초 김동주가 차우찬으로부터 좌월 2점 홈런을 날려 동점을 만들었다. 2-2로 맞선 5회 초에는 고영민과 민병헌 등 발 빠른 대주자들을 잇달아 투입해 특유의 ‘발야구’로 승부를 뒤집었다.

대구=신화섭 기자

◆선동열 삼성 감독=오늘이 첫 경기라서 선수들이 부담감을 가졌다. 그래서 찬스 때나 수비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실책이 나왔는데 내일부터는 나아질 것이다. 5회 2-3으로 밀릴 때 두산 최준석을 상대로 성급하게 승부를 걸다 적시타를 허용한 것은 아쉽다. 다행히 박한이의 홈런이 터져 모든 게 잘 풀렸다. 경기 전 박한이가 잘해 줄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대로 됐다. 예언이 들어맞았다. 젊은 선수들이 좋은 경험을 했다. 오늘 승리는 몇 승 이상의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경문 두산 감독=패했지만 경기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아무래도 준플레이오프를 치르면서 투수들이 연투한 게 결국 패를 부른 것 같다. 결승점을 내준 정재훈이 특히 그렇다. 준플레이오프부터 불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다 보니 지친 모습이 보였다. 정재훈에 앞서 던진 고창성이 진갑용의 타구를 맞고 교체됐는데 그 장면도 아쉽다. 김현수를 빼고 정수빈을 기용하는 등 타선에 변화를 준 것에 대해서는 만족한다. 오늘 경기는 빨리 잊고 2차전을 준비하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