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깊이읽기] 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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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쥐들
로버트 설리번 지음, 문은실 옮김,
생각의 나무, 380쪽, 1만5000원

제목 그대로 시이튼의 '동물기'나 파브르의 '곤충기'와 비슷한 동물생태기이다. 그런데 그 이상이다. 일년 동안 뉴욕 한복판의 쥐를 관찰하고 미국 각지의 쥐 전문가, 보건 당국자들을 취재해, 쥐를 인간들과 함께 뉴욕의 발달의 공동 주역 위치에 올려 놓은 자본주의 도시문명사 책이기 때문이다.

19세기 중반 뉴욕에선 막노동자들이 개 한 마리와 수십 마리의 쥐 간에 싸움을 시키고 열광하던 도박장이 번성했다고 한다. 할렘 세입자들이 쥐를 들고 열악한 주거 환경에 항의하며 집세지불 거부운동을 펴기도 했다. 파업으로 쥐떼가 거리를 뒤덮게 함으로써 '청소부'란 용어를 '위생관리원'으로 바뀌도록 한 노조 지도자 존 델루리, 9.11 테러로 무너진 세계무역센터 지하실의 첫 방문객들은 쥐였다는 일화 등 매혹적인 이야기들이 담겼다.

원서에는 없지만 보스턴에 거주하는 옮긴이가 뉴욕을 찾아 직접 촬영한 현장 사진들을 넣어 책의 사실감을 높인 것도 돋보인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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