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 권력 세습은 중세 봉건시대의 유물로 치부되는 비판의 대상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권력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믿을 수 있는 아들이나 형제에게 권력을 물려주려는 독재자가 적잖다. 미국 정치학자 제이슨 브라운리가 1945년부터 2006년까지 3년 이상 집권한 258명의 독재자들을 조사한 결과 23차례 권력 세습이 시도돼 아홉 차례 성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왼쪽)과 동생 라울. [중앙포토]
시리아는 왕정이 아닌 아랍국가로서는 처음으로 부자간에 권력을 세습했다. 하페즈 알아사드 전 시리아 대통령은 무혈 쿠데타를 거쳐 71년 집권한 뒤 30년간 철권통치하다 2000년 심장마비로 사망하자 차남 바샤르가 35세에 대통령이 됐다. 당초 장남 바실이 후계자로 내정됐으나 94년 교통사고로 숨지자 영국 유학 중이던 바샤르가 후계자 과정을 밟아 권좌에 올랐다.
카스피해 서부 연안의 아제르바이잔에서는 2003년 게이다르 알리예프 전 대통령이 병으로 물러나자 아들인 일함이 부정선거 논란 속에 대통령에 당선됐다. 일함은 아버지가 10년간 통치하는 동안 국회의원과 총리를 거쳤다. 그는 지난해 3월 대통령 연임 제한을 없애는 개헌안을 통과시켜 종신 집권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 밖에 싱가포르에서는 리콴유 전 총리가 2004년 아들 리셴룽에게, 대만에서는 75년 장제스 전 총통이 아들 장징궈에게, 아이티에서는 71년 프랑수아 뒤발리에 전 대통령이 아들 장클로드에게 권력을 물려줬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 원수(왼쪽)와 차남 사이프 알이슬람. [중앙포토]
정재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