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후계자로 차남 점 찍어 … 카스트로는 동생에게 권력 이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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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서 권력 세습은 중세 봉건시대의 유물로 치부되는 비판의 대상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권력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믿을 수 있는 아들이나 형제에게 권력을 물려주려는 독재자가 적잖다. 미국 정치학자 제이슨 브라운리가 1945년부터 2006년까지 3년 이상 집권한 258명의 독재자들을 조사한 결과 23차례 권력 세습이 시도돼 아홉 차례 성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왼쪽)과 동생 라울. [중앙포토]

대표적 사례가 쿠바다.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59년 혁명으로 정권을 잡은 뒤 47년간 통치하다 2006년 7월 동생 라울에게 의장직을 넘겼고, 2008년 2월 정권을 완전 이양했다. 라울은 최근 공무원의 10%인 50만 명 이상의 해고를 추진하는 등 형과는 차별화된 개혁에 나서고 있다.

시리아는 왕정이 아닌 아랍국가로서는 처음으로 부자간에 권력을 세습했다. 하페즈 알아사드 전 시리아 대통령은 무혈 쿠데타를 거쳐 71년 집권한 뒤 30년간 철권통치하다 2000년 심장마비로 사망하자 차남 바샤르가 35세에 대통령이 됐다. 당초 장남 바실이 후계자로 내정됐으나 94년 교통사고로 숨지자 영국 유학 중이던 바샤르가 후계자 과정을 밟아 권좌에 올랐다.

카스피해 서부 연안의 아제르바이잔에서는 2003년 게이다르 알리예프 전 대통령이 병으로 물러나자 아들인 일함이 부정선거 논란 속에 대통령에 당선됐다. 일함은 아버지가 10년간 통치하는 동안 국회의원과 총리를 거쳤다. 그는 지난해 3월 대통령 연임 제한을 없애는 개헌안을 통과시켜 종신 집권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 밖에 싱가포르에서는 리콴유 전 총리가 2004년 아들 리셴룽에게, 대만에서는 75년 장제스 전 총통이 아들 장징궈에게, 아이티에서는 71년 프랑수아 뒤발리에 전 대통령이 아들 장클로드에게 권력을 물려줬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 원수(왼쪽)와 차남 사이프 알이슬람. [중앙포토]

권력 세습이 진행 중인 나라들도 있다. 이집트에서는 81년 집권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차남 가말이 내년 대선 출마를 거쳐 집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말은 집권당인 민족민주당(NDP) 의장으로 아버지의 지지를 받고 있다. 리비아에서는 31년간 통치하며 아랍권 최장수 집권자가 된 무아마르 카다피가 차남 사이프 알이슬람을 후계자로 삼을 것으로 전망된다. 카자흐스탄을 20년째 통치하는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맏딸 다리가는 2012년 대선에서 대권을 이어받을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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