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차’ 김황식, 여야 ‘시각차’ 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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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황식 총리 후보자가 28일 서울 금융감독원 별관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황식 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29일부터 이틀간 국회에서 열린다.

김 후보자로선 2005년 11월 대법관 청문회, 2008년 8월 감사원장 청문회에 이어 세 번째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는 진기록을 남기게 됐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의 낙마에 이어 김 후보자까지 청문회에서 흔들릴 경우 이명박 정부의 집권 후반기 정국 주도권은 위기에 처하게 된다. 반면 김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야당의 각종 의혹을 불식하면 두 달간의 ‘총리 공백’ 상태가 해소된다. 그런 만큼 임채민 국무총리실장(장관급)이 청문회 준비 총책임을 맡고 있는 국무총리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야당은 “봐주기는 없다”며 현미경 검증을 벼르고 있다. 특히 야당은 김 후보자의 병역 면제 과정이 석연치 않다며 집요한 추궁을 예고했다. 여기엔 “18명의 현 정부 핵심 각료들 중 15명이 병역 미필자”(박지원 민주당 비대위 대표)라는 지적처럼 청문회에서 병역 문제를 이슈화해 현 정부의 약점을 부각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자유선진당 임영호 의원도 28일 “김 후보자로부터 ‘1972년 3월 사법시험 합격 후 시력측정 과정에서 ‘부동시(不同視, 양쪽 눈의 시력 차가 큼)’를 알게 됐고, 이에 따른 별도의 정밀검사 판정으로 병역을 면제받았다’는 서면답변서를 제출받았다”며 “이는 징병검사(72년 6월) 3개월 전으로, 우연 치고는 기막힌 우연”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이 병역 면제 의혹을 계속 제기하자 김 후보자는 27일 그동안 안과 진료를 받았던 서울의 모 병원에서 시력 검진을 받은 결과를 28일 오후 국회 청문위원들에게 제출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국회 인사청문특위에서 정확한 시력 상태를 요구해 정밀 진단을 받았다”고 말했다. 검사 결과 김 후보자는 오른쪽 눈이 -7디옵터(안경의 굴절도로 시력의 단위), 왼쪽 눈이 -1디옵터로 6디옵터 정도 차이가 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안과에선 보통 3디옵터 이상 차이가 나면 부동시로 분류한다.

감사원에서 진행 중인 4대 강 살리기 사업 감사도 청문회 쟁점이다. 야당은 감사원장인 김 후보자가 청와대를 의식해 4대 강 감사의 주심을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은진수 감사위원에게 맡겼고, 감사 결과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총리실 관계자는 “은 감사위원은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 4대 강 감사와 관련한 의혹을 성실히 해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자의 누나(김필식)가 총장인 동신대에 특혜 지원을 했다는 의혹과, 김 후보자의 장녀 결혼식 때 누나들이 2억원을 줬다는 증여 의혹에 대해서도 총리실은 “의혹이 없는데 굳이 청문회에 나오지 않을 이유가 없는 만큼 누나인 김 총장이 증인으로 출석하기로 얘기가 다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돌발 변수 등에 대비해 총리실은 청문회 전날인 28일 밤 늦게까지 임 총리실장과 육동한 국무차장이 대책을 논의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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