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반덤핑의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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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미국의 반격이 시작됐다. 중·일 영토 분쟁을 계기로 현실화한 중국의 위협에 대항해서다. 무역뿐 아니라 환율·자원 분야까지 총공세다. 미국 정부는 물론 의회도 가세했다. 중국은 기로에 섰다. 미국의 반격을 되받아칠 것인가, 아니면 한 걸음 물러나 화해를 청할 것인가. 공은 중국으로 넘어갔다.

미 상무부는 27일(현지시간) 중국산 동(銅)파이프에 대해 최고 61%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상무부가 미국산 닭고기 제품에 최고 105.4% 반덤핑 관세를 물린 지 하루 만에 나온 조치다. 미 상무부는 “지난 5월부터 진행해온 중국산 동파이프에 대한 조사가 최근 마무리됐다”고 설명했으나 발표시점을 이날로 정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이날 미 상무부는 중국산과 함께 멕시코산에도 최고 31.4% 관세를 부과했다. 그런데 중국산에 부과한 관세가 훨씬 높았다. 지난해 미국의 수입액도 중국산이 2억2300만 달러로 멕시코산(1억3000만 달러)의 두 배에 가까웠다. 이번 조치가 중국산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미 하원은 희귀금속 희토류 개발을 지원하는 법안을 이르면 이번 주 표결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지난주 하원 과학기술위원회가 이 법안을 승인한 뒤 전체회의에 올린 데 따른 것이다. 앞으로 5년 안에 미국이 희토류를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환경오염을 이유로 폐쇄했던 미국·캐나다의 희토류 광산 재개발사업도 활기를 띨 전망이다.

희토류는 첨단 전자제품은 물론 미사일 같은 군수품에 필수적인 희귀광물이다. 최근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둘러싼 중·일 외교 분쟁에서 일본이 사실상 백기를 든 것도 이 때문이었다. 전 세계 생산의 90%를 장악하고 있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 중단 카드를 빼 들자 일본이 견디지 못한 것이다. 미국 에너지부와 국방부도 희토류를 비롯한 희귀금속 수급현황 파악에 나섰다. 중국의 자원 무기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미 하원은 환율 조작국으로 의심되는 국가로부터 수입하는 상품에 보복관세를 물릴 수 있도록 한 환율개혁법안도 29일 표결할 예정이다. 이 법안 역시 중국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대립하고 있으나 이 법안에 대해선 찬성이 압도적이어서 통과가 무난할 전망이다. 다만 법안이 발효하자면 상원 통과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하원 통과만으로도 중국을 압박하는 정치적 효과는 클 것으로 보인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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