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C(동양방송) 시간여행 4회] 창경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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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가을 소풍 시즌입니다. 학창시절 도시락을 싸들고 부푼 마음으로 소풍을 떠났던 기억이 생생하실텐데요. 특히 60년대 전국에서 유일했던 동물원인 창경원의 인기는 대단했습니다. “빡순이 찍순이 옥순이가 창경원에 소풍을 가느라 전차를 탔는데, 사람이 얼마나 많았던지 빡순이는 빠그러지고 찍순이는 찌그러지고 옥순이는 오그라졌다”는 농담이 유행할 정도였지요. 동양방송의 옛 영상물로 보는 ‘TBC 시간여행’ 그때의 창경원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60년대 최고의 소풍지 창경원. 섬 어린이들이 서울에 오면 반드시 들렀던 곳은 창경원이었습니다. 1968년에는 흑산도 어린이들이 서울을 방문했네요. 태어나서 처음 본 맹수들의 모습에 어린이들의 눈이 휘둥그레해졌습니다. 지금이야 갖가지 동물들이 전국 각지 동물원에 퍼져있지만, 당시에는 창경원에 새로운 동물이 들어왔다는 건 큰 뉴스거리였습니다. 침팬지, 타조, 산양, 물개 등이 새로 올때마다 전국의 어린이들은 창경원에 가고 싶다고 부모님을 졸라댔겠지요.

이렇게 동물이 귀한 창경원이었지만, 호랑이를 안락사시킨 일도 있습니다. 1966년 3월 3일, 노환으로 치아가 다 빠지고 거동이 어려운 암호랑이를 창경원 당국은 총으로 쏘아 숨지게 했습니다. 시민 약 50여명이 모여들어 호랑이의 최후를 지켜보았습니다. ‘백두’라고 불리던 이 호랑이의 살은 공개경쟁 입찰로 판매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호랑이의 살은 한약재로 아주 인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개원 60주년을 맞은 1969년 11월 1일에는 축하행사가 성대하게 열렸습니다. 당시 창경원 김기석 소장은 창경원의 회갑에 맞춰 설비를 확장, 보강하기도 했는데요. 당시 돈으로 총 공사비 2억여원을 들여 건평 1400평의 동물사와 돔식 식물원 2동을 지었습니다. 축하연 가운데 하나인 홍학의 집단 댄스에 남녀노소 관중들이 즐거워하네요.

1909년 일본제국에 의해 동물원이 된 조선의 왕궁. 비극적인 역사이지만 중장년층에게는 아련한 동심의 세계로 간직된 공간이기도 합니다. 이번 주말에는 과거를 추억하시면서 창경궁의 정취를 즐기시는건 어떨까요. ‘TBC 시간여행’이었습니다.

글=심수미 기자, 동영상=강대석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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