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의 도 10단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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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호 14면

지난 124회 편에서 ‘골졸(卒)’에서부터 ‘골성(聖)’에 이르기까지 골퍼의 14단계를 소개했더니 이런 전화가 왔다.

정제원의 캘리포니아 골프 <130>

“아니, 그렇게 엄격하게 따지면 대부분의 사람은 1, 2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겠군요. 골성은커녕 일곱 번째 단계인 골궁에 이르기도 어렵겠는걸요.”

그럴지도 모른다. 하여튼 골프의 길이 멀고도 험난하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골프의 14단계에 이어 이번 주엔 골프의 10가지 도(道)를 소개한다. 골프 무림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이른바 ‘골프 10도(道)’다. 골프 10도를 틈틈이 배우고 익혀서 계속 정진하시길 빈다. 괄호 안은 <캘리포니아 골프>의 주(註).

골프 10도
첫째는 인(仁): 버디와 파를 사랑하기 이전에 동반자를 먼저 사랑한다. 캐디의 실수를 탓하지 않으며 남을 배려하는 데 소홀함이 없고 자연의 질서 또한 거스르지 않으니 이를 인이라 한다(미스샷을 할 때마다 캐디 탓을 하며 투덜거리지 말자).

둘째는 예(禮): 출혈이 아무리 크다 해도 마지막 홀에 더블 판을 부르지 않는다. 내상을 심하게 입어도 승패의 책임은 반드시 자신이 지고 18번 홀에서도 미소를 지으며 지갑을 여니 이를 예라 한다(돈을 잃으면 이를 만회하기 위해 ‘따블’ ‘따따블’을 외치는 것은 소인배들이나 할 일이다).

셋째는 미(美): 라운드 도중 단정한 자세에 흐트러짐이 없다. 작은 돈일지라도 정확하게 계산하고, 결코 시비와 오해의 소지를 남기지 않으니 이를 미라고 한다.

넷째는 강(强): 저질 골프 기술자를 만나면 이를 단호히 응징한다. 그들의 언행은 개나 소를 보듯 무시하고, 잔인하게 제압한 뒤 돈을 절대로 돌려주지 않으니 이를 강이라 한다.

다섯째는 용(勇): 작은 거리의 기브, 멀리건을 기대하지 않는다. 소극적인 공략보다 적극적인 공략을 선호하며, OB와 해저드를 결코 두려워하지 않으니 이를 용이라고 한다(퍼팅을 앞두고 ‘OK?’라고 묻지 않는다).

여섯째는 신(信): 동반자의 실수보다 자신의 실력으로 승패를 결정한다. 운을 기대하지 않고 벗을 위해 우정의 OB를 날리고 3퍼팅으로 즐거움을 함께 나누니 이를 신이라 한다.

일곱째는 현(賢): 캐디의 방정과 앙탈을 잘 달래 사용한다. 간혹 무례하고 속임수에 능한 골퍼를 만나면 알면서 속아주고 속아주면서 매번 이기는 유연성을 발휘하니 이를 현이라 한다.

여덟째는 애(愛): 돈보다는 내기, 내기보다 동반자의 마음을 우선한다. 승부에서 이기면 아낌없이 전리품을 분배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식탁에 앉으니 이를 애라고 한다(돈을 땄다면 ‘뽀찌’는 가급적 일찍 돌려주는 게 좋다).

아홉째는 각(覺): 하수에게 겸손을 잃지 않고 고수에게 예를 다한다. 조언은 자제하고 답변은 단순 간결하게, 자연을 사랑하며 그 위대한 질서를 거스르지 않으니 이를 각이라 한다(백돌이가 필드에서 용감하게 레슨을 하는 경우도 있다).

마지막 열째는 도(道): 고수의 꿈, 이상마저 초월했고 내기는 해탈을 위한 도구가 된다. 매일 깨지고 집에 가지만 언제나 가족에게 백전백승이라고 뻥을 치는 무아의 경지에 이르니 이를 도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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