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 의식 조사] 생각은 이런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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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 결과는 우리 국민의 의식에 전통적인 효도가 여전히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효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26%가 "부모 마음을 편안하게 해드리는 일"이라고 답했다. "걱정을 끼치지 않는 일"(10%), "말씀에 순종하는 일"(9%)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세태 변화를 보여주는 결과도 많았다. 장손 중심의 부모 봉양에 대한 의식 변화가 대표적이다. '효도는 아들이 하는 것이다'라든지 '부모는 맏아들이 모시고 사는 것이 옳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동의한 경우보다 더 많았다.

'만약 자녀와 함께 살아야 할 경우에 누구와 살면 좋겠는가'라는 질문에 '아들이든 딸이든 상관 없다'는 답이 68%에 달했다. 이에 비해 '장남이라야 좋겠다'라는 경우는 20%였고, '아들과 사는 것이 좋겠다'는 12%로 나타났다. 딸보다 아들이, 아들 중에서도 장남이 부모를 모셔야 한다는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부모에게 효도하는 데 걸림돌은 돈과 시간이었다. 경제적 능력이 장애라는데 응답자의 70%가 동의했고,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이유에 대해서도 67%가 동의했다. 본인의 마음과 주변 의견이나 사회적 인식은 효도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본인 스스로 노후를 책임지겠다는 부모가 늘고 있다. '노후에 자녀와 살겠다'는 답은 17%에 불과했고, 노후 부양 역시 '본인이 맡겠다'는 경우가 48%였다. '자녀를 비롯한 가족이 책임져야 한다'고 답한 사람이 33%, 국가가 부양해야 한다는 응답은 15%였다.

제사 문화에 대한 청소년들의 의식이 비교적 건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세 이하의 청소년 응답자의 47%가 '부모나 조상을 기릴 수 있으므로 현재의 제사문화가 계속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낡은 관습이기 때문에 없애야 한다'는 응답도 11%나 됐다.

유산 상속이나 증여에 대한 의식도 종전의 관념이 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자들 가운데 63%가 앞으로 상속이나 증여는 기존의 가족 서열에 따른 차등에서 벗어나 '균등'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효처럼 윤리적 주제를 묻는 질문에 대해선 바람직한 방향으로 응답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부모와의 관계 및 교류가 실제보다 과장됐을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사는 효가 아직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가치의 하나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줬다. 이성용 강남대 교수 역시 "부모에 대한 의무와 책임 등 보이지 않는 규범이 우리 사회에 널리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신창운 여론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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