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거대 미디어그룹 속속 출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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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언론계가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글로벌 미디어’로 대도약하기 위해 꿈틀거리고 있다. 중국의 미디어 새판 짜기는 정부가 정책과 자금으로 밀어주고, 신문·방송·출판매체들이 적극 호응하는 양상이다.

◆정부의 정책·자금 지원=중국 정부가 미디어의 대형화·글로벌화에 주목한 것은 2008년 8월 베이징(北京) 올림픽이 계기가 됐다. 올림픽을 거치면서 중국은 CNN·BBC 등 서구 미디어가 일방적 비판을 가해도 속수무책임을 깨달았다. 이 때문에 중국의 커진 위상에 걸맞은 중국의 목소리를 전 세계에 전해야 한다는 요구가 비등한 것이다.

이에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그해 9월 인민일보를 방문한 자리에서 “중국의 국가 위상에 걸맞게 언론매체의 세계화 역량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중국 정부는 신화통신·인민일보·중국중앙방송(CC-TV)의 해외 취재망 확충 등에 쓰라며 450억 위안(약 8조원)을 지원했다. 이 같은 정책기조는 일관되게 지속돼 지난해 11월에는 중국 언론 정책의 총사령탑인 리창춘(李長春)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중국 언론인의 날 행사에 참석, “세계적인 일류 미디어를 만들고 광범위하게 전파가 가능한 현대적 전파 시스템을 구축하자”고 주문했다. 이 같은 강력한 메시지는 지금 중국 미디어의 재편과 글로벌화로 속속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 낡은 미디어 정책을 현실에 맞게 개정하는 작업도 병행되고 있다. 1069개 언론기관이 이미 미디어기업으로 전환했고, 41개 출판기업은 증시에 상장해 시가총액만 2900억 위안(약 50조원)에 이른다.

◆언론, 시장 재편에 적극 호응=중국 언론들도 당국의 정책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이 중 신화통신의 움직임이 가장 활발해 지난 1월엔 ‘중국판 CNN’으로 불리는 24시간 뉴스채널 CNC(중국신화뉴스TV)를 출범시켰다. 7월에는 영어 서비스를 해외로 보내고 있다. CC-TV는 올 초 서울과 평양에 사상 처음 지국을 개설한 것을 비롯, 기존 100개국에 설치된 지국을 186개로 확대 중이다.

중국은 신문·방송의 겸영을 제한하는 명문 규정이 없다. 그 때문에 신문과 방송을 함께 경영하는 거대 미디어그룹도 속속 출현하고 있다. 상하이미디어그룹(SMG)과 후난방송그룹 등은 방송·신문·출판·인터넷을 아우르는 대형화의 선두 주자다.

중국 최대인 중국출판그룹은 연내 상장을 추진 중이며, 산둥(山東)TV를 비롯한 다른 지방 언론들도 구조조정을 통한 대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언론계 인사는 “중국 미디어의 대형화와 글로벌화는 국가 지도자의 확고한 비전이어서 앞으로도 일관되게 추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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