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데서나 불쑥 “신분증 좀 봅시다” 일제 검문 않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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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명절을 전후해 전국에서 동시에 이뤄지던 무차별적·획일적 검문검색이 올 추석부터 없어진다. 경찰청은 16일 보여주기식 일제 검문검색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신 각 지방청과 경찰서가 치안상황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검문검색을 하도록 해 국민 불편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그동안 무차별 검문검색으로 인한 인권 침해 주장이 끊이지 않았고, 범죄 해결에도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을 고려한 것이다.

경찰은 PC방·당구장 등의 고객을 대상으로 한 반복적인 검문검색도 지양하기로 했다. 그동안 범죄자 등의 은신처 또는 범행 모의 장소일 것이라는 추측만으로 불심검문 단골 장소가 됐던 곳들이다. 무차별 검문을 막기 위해 일선 경찰관을 집중 교육하기로 했다. 검문 대상자의 언행과 소지품, 옷차림 등을 토대로 거동이 수상한 사람만 선별해 검문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경찰은 휴대전화 조회기·PDA 를 이용한 조회 건수 늘리기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조회 건수 대비 검거 실적을 평가에 반영하기로 했다.

불심검문으로 인권을 침해당했다며 인권위에 접수된 진정은 2007년 27건, 2008년 36건, 2009년 51건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엔 한 30대 남성이 한 달 동안 인천의 한 PC방에서 6~7차례 불심검문을 당했다며 진정을 냈다. 인권위는 책임자에게 서면 경고할 것을 권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대책은 불심검문을 통한 범죄 예방과 범인 검거 효과를 도모하면서 적정한 절차를 준수해 인권 침해 사례가 없어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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