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흑, 강온 양면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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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통합예선 결승>
○·중원징 5단 ●·민상연(연구생)

제 6 보

제6보(67~73)=연구생 1, 2조쯤 되면 나이 든 9단은 거의 상대가 안 된다. 30대의 9단도 50% 정도 승률을 올리면 아주 잘한 것이다. 이런 실력자들이 입단대회의 병목에 걸려 프로가 못 되는 것도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그들이 입단대회의 벽을 뚫고자 ‘이기는 기술’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현실도 비극적이다. 일류 기사가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인 ‘상상력 있는 과감한 바둑’은 사라지고 잔기술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아까운 재능이 말라간다. 한국기원이 여러 차례 나뉘어 딱 한 명 뽑던 입단대회를 한두 번에 몰아 치르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한 명 뽑는 대회란 얼마나 오금 저리는 시합인가. 운이 없이는 누구도 뚫을 수 없다). 그러나 연간 입단자 수를 거의 늘리지 않은 것은 실망이다.

67은 적절한 때 터져 나온 강수다. 유리하다고 물러서면 오히려 수가 나는 게 바둑이다. 민상연도 오랜 훈련과 실전 속에서 그 감각을 터득한 듯싶다. 70으로 젖혔을 때가 수읽기의 기로. ‘참고도’ 흑1로 막고 싶으나 백2에 흑3의 수비가 필요해 4로 뚫는 수가 성립한다. 8까지 이어놓으면 바둑이 순식간에 어지러워진다.

참고도

71이 백을 살려 주려는 좋은 타협책으로 흑은 73의 요소를 차지하게 됐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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