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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m 바닷속에 3.7㎞ 터널 … 불가능을 뚫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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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13일 오후 3시. 문이 두 쪽으로 갈라지고 드라이아이스가 피어 올랐다. 문안으로 들어가니 사방이 콘크리트 벽이다. ‘18번 함체’라는 표지판 앞에서 사람들은 천장을 올려봤다. 2개의 거대한 콘크리트 단면이 너비 50㎝쯤 되는 특수고무로 빙 둘러싸여 있었다. 세계에서 바닷속 가장 깊은 곳에 건설되는 부산시 가덕도 앞바다 침매(沈埋)터널 마지막 함체(函體·터널 구조물) 연결 현장 모습이다.

부산시 강서구 가덕도에서 경남 거제시 장목면 유호리까지 8.2㎞ 구간을 연결하는 거가대교 침매터널이 13일 개통됐다. [송봉근 기자]

침매터널은 부산 가덕도에서 경남 거제도 장목면을 잇는 총 8.2㎞의 연결도로(가칭 거가대교) 중 가덕도∼대죽도 사이 3.7㎞ 구간에 건설되고 있다. 나머지 구간은 섬을 잇는 사장교 2개로 연결됐다.

침매터널은 육상에 만든 함체를 바닷속에 빠뜨려 고정시키는 공법으로 건설됐다. 이날 행사는 침매터널 구간에 들어가는 총 18개 함체 중 마지막 함체가 고정된 것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침매는 해저 48m에 위치해 있는데 이 정도 깊이에서 성공한 터널은 이곳 말고는 세계에 없다.

공사를 시작하기 전 모두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은 “처음에 일본과 네덜란드 건설회사들을 찾아 기술을 자문했는데 그들의 첫마디는 ‘불가능’이었다”고 회고했다.


침매터널은 유럽과 일본 등 세계 120여 곳에 있지만 모두 내해(內海)나 만(灣)에 건설돼 있다. 거가대교처럼 파도와 바람·조류가 심한 외해에 건설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해외 침매터널 건설회사들은 바다 깊은 곳에 건설할 경우 심한 부력으로 함체 연결이 매우 어렵다는 점을 내세웠다.

공사과정에서 이 같은 지적은 사실로 드러났다. 수심 얕은 곳에서 함체를 연결할 때는 괜찮았으나 수심 34m였던 4번 함체 연결 때 문제가 터졌다. 두 함체를 연결하는 특수고무가 불규칙하게 구겨지면서 제대로 연결되지 않은 것이다. 대우건설 기술진들은 숱한 시행착오 끝에 함체 안에 공기를 주입하는 방법으로 부력을 조절, 문제를 거뜬히 해결해 냈다. 고비를 넘길 때마다 세계기록을 하나씩 세웠다. 수심 48m의 연약지반에 시공, 가장 긴 함체(길이 180m), 세계 최초 2중 조인트 함체 연결 등 무려 다섯 가지 기록을 세운 것이다.

함체 한 개 크기는 높이 9.75m, 너비 26.5m, 길이 180m짜리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이날 마지막 침매 함체 연결로 거가대교는 올해 말 개통될 예정이다. 거가대교가 개통되면 부산에서 거제까지 통행시간도 2시간10분에서 50분으로 단축돼 부산과 거제가 1시간 생활권이 됐다.

부산=김상진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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