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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의 109조 빚 해결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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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LH사태의 근본 문제는 참여정부 시절 대형 개발사업들을 진행하면서 쌓인 천문학적인 빚이다. 2009년 말 기준으로 LH부채는 109조원으로 부채비율이 524%다. 이는 삼성의 54.5%, 한국전력 80.5%, 현대자동차그룹 93.1%와 비교할 때 엄청난 수치다. 부채비율이 높은 것도 문제지만 109조원의 부채 중 75조원이 이자를 부담하는 금융부채라는 것이 더 큰 문제다. 2003년 11조원에 불과했던 금융부채는 2009년 75조원이 됐다. 6년 사이에 6.8배 증가한 것이다. 특히 2004년과 2006년에는 50% 넘게 증가하면서 지금 LH사태의 불씨가 되었다.

LH는 하루 이자로 100억원을 지불하고 있다. 이는 2014년에 2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자가 이자를 낳는 구조로 LH사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국가 문제가 되었기 때문에, 파국으로 치닫기 전에 조속히 해결할 수 있는 확실한 해법이 필요하다. LH는 414개 사업장의 조정과 자산 매각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지만, 사업조정은 갈등을 수반하고 자산 매각은 시장 상황으로 볼 때 효과적인 해법이 되기 어렵다. 따라서 시일이 지날수록 빚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LH가 이렇게 엄청난 빚더미에 앉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지난 정부에서 무리하게 추진한 100만 호 국민임대주택 건설사업 때문이다. 임대주택 재고를 선진국 수준인 2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에 맞춰 매년 국민임대주택을 10만 호씩 공급했다. 이렇게 공급된 국민임대주택은2009년 기준으로 약 60만 호며, 이로 인해 생긴 빚은 약 18조2000억원이다.

문제는 국민임대주택의 즉각적인 유동화가 어렵다는 점이다. LH의 자산 중 택지는 시장상황이 좋아지면, 매각 후 현금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에 부채 감소에 일조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임대주택은 30년 임대가 목표이기 때문에, 향후 건설 및 유지관리비가 계속 투입되고 원금 회수는 불가능해 재무구조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LH는 임대주택 건설 당시 재정지원 비율 확대와 국민주택기금 지원 단가 인상 등을 제안하고 있지만, 현 정부의 재정 상태와 국민주택기금의 운용 형편으로 볼 때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해법은 있다. 문제를 발생시킨 부분부터 손질하는 것이다. 국민임대주택을 사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과감하게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집 없는 현재 입주자가 그 대상이 되어야 한다. 입주자는 주거환경이 좋은 저렴한 주택을 가질 수 있고, LH는 자금흐름을 원활히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자금난으로 난관에 부닥쳐 있는 국책사업도 계획대로 원활히 추진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국민임대주택 매각은 LH 사태로 인한 국가적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현재 준공된 약 27만 호(수도권 13만 호) 중에서 50%를 매각한다면 약 20조원을 확보할 수 있다. 이 규모라면 국민임대주택으로 늘어난 빚을 충분히 청산할 수 있고, 또한 일거에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공공임대정책의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영국도 공공임대주택 재고가 주는 재정 부담으로 인해 결국 매각을 선택했던 점을 거울삼아 새로운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우리나라 국민이 생각하는 주택에 대한 관념은 다른 나라와 매우 다르다. 감당할 수 없는 국민임대주택을 끌어안고 임대주택 중심의 주택정책이라는 비현실적인 이상에 사로잡혀 있어서는 안 된다. 임대주택 재고량을 20% 수준으로 올리는 것보다 저렴한 주택을 자기 집으로 삼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친서민정책일 수 있다. 국민임대주택에 관한 사고전환은 단기적으로 LH의 부채문제를 해결하고, 중장기적으로 다가올 국민임대주택의 관리문제를 해결하며, 시급한 국책사업에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 바로 지금이 우리의 현실적 제약여건을 고려한 임대주택정책 로드맵을 완전히 새로이 만들 시점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