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잘하는 터키 젊은이들 취업 유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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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에 우리 대학에서 문을 여는 세종학당을 터키에서 제일 가는 한국어와 한국문화교육의 메카로 키울 겁니다.”

9일 만난 터키 앙카라국립대학의 제말 탈룩 총장(63·사진)은 한국과 터키의 교육·학술 교류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사장 김병국) 초청으로 방한 중인 그는 터키 최초로 이 대학 부설 언어교육원에 설립될 ‘세종학당’에 특히 강한 애착을 보였다. 세종학당은 한국 정부가 인증한 한국어 교육기관으로, 정부는 2015년까지 전세계에 세종학당 500곳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종학당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공부하는 터키인이 많아지면 양국은 지금보다 더 가까운 ‘형제의 나라’가 될 겁니다.”

터키 수도 앙카라에 있는 이 대학은 한국과 인연이 깊다. 1988년 터키 대학 중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어문학과를 개설했고 지난해 9월부턴 언어교육원에서 일반인 대상 한국어 강좌를 열고 있다.

탈룩 총장은 “터키 젊은이들 사이에서 한국어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며 “20여 명씩 선발하는 앙카라대 한국어문학과의 합격점수도 매년 오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인기의 비결은 취업이라고 한다. 그는 “한국어를 잘하면 연봉 높고 근무 여건도 좋은 한국 기업에 취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방한기간 동안 항공사와 한국 대기업에 취업한 앙카라대 졸업생들을 우연히 만난 일화도 소개했다. 탈룩 총장은 “한국어문학과는 졸업생들이 좋은 일자리에 취업할 기회가 많은, 가장 경쟁력 있는 학과 중 하나”라며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 한국 대학들과 교류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몇몇 한국 대학과 양국에서 2년씩 공부하면 두 대학의 학위를 모두 취득할 수 있는 복수학위제에 대해 협의 중이라고 했다.

탈룩 총장은 “최근에는 젊은이들 외에도 30~40대 회사원이나 공무원들 중에서도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한국기업의 대 터키 투자가 확대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종학당에서 바로 그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정확히 가르칠 것”이라며 “투자가 더 활성화되려면 한국어를 자유롭게 쓸 수 있고 한국 문화를 잘 아는 인력이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터키에서 한국학에 대한 교육과 연구를 강화해 양국 간 우정을 학문적으로도 발전시키는 한편, 터키어와 터키 문화를 교육할 프로그램을 한국 교육기관에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6·25전쟁에 참전했던 터키 국민으로서 전쟁 60년을 맞은 올해 엄청나게 성장한 한국을 보게 돼 기쁘다”고 덧붙였다.

글=박수련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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